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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어권 국가에서의 주재생활 2년이 되는 내년 2월 말, 미국국제학교 8학년, 5학년인 두 아들을 데리고 엄마인 제가 먼저 귀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6개월 이상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여름방학엔 한국에도 다녀온 뒤 가족들의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지만, 아빠의 근무기간이 약 2년은 더 남아있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참고로 주위의 아이들은 이 곳에서 고교를 졸업 후 특례로 한국 대학을 가거나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형태가 많습니다. 우리 큰 아이도 사교육이 거의 없이 나선 첫 인터내셔널 스쿨임에도 불구하고 우등상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더욱 더 고민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가끔 “나 그냥 외국대학 갈까?” 하기도 하지만, “아니야, 그래도 한국에 가야 해”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몇 개월 지켜보기도 하며 어젯밤에서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그럼 왜 한국으로 먼저 들어오냐구요? 첫째, 큰 아이가 한국에서 일하며 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대학을 보낼 경제적 여력도 안 되는 형편이기에 이런 아이가 정말 감사하기도 했답니다. 유치원부터 초등 3학년까지는 또 다른 비영어권 국가에서 현지학교에도 다녀 본 아이는 고맙게도 적응은 잘 하지만, 문화의 차이를 잘 압니다. 돌아가 한국에 다시 적응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경험을 통해 잘 아는 아이지만, 아니 그래서 더욱 더 한국에 돌아가 이제는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할 때 부모 입장에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둘째, 고입특례조건을 채워 고 1로 돌아갈까도 고려했지만, 한국의 지인들이 만류하더군요. 고교 적응은 정말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기왕 올 거면 빨리 오라고.. 정말 그런지 의문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러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래서 빨리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셋째, 5학년 둘째입니다. 무던히 잘 적응하고는 있으나, 공부를 잘 하지는 않습니다. 본인도 이제는 보통수준이라 말하며 책읽기보다는 게임을 휠씬 더 좋아하고 노력해야 꼭 그만큼만의 성과가 나오는 보통아이입니다. 생활영어가 아닌 영어로 학문을 배워야 하는 고학년 수업은 조금 벅차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영어를 공부할 시간에 한국어로 지혜와 지식을 쌓는 것이 휠씬 그 아이의 미래와 잠재력 개발을 위해 좋을 것 같아 보입니다. 본인도 그것을 원하더군요. 한글학교에서 국어는 배우고 있고, 본인이 한국 친구들과 같은 6학년으로 복귀를 원하면서-가능한 조건입니다- 5학년 수학 문제집도 매일 조금씩 꾸준히 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사(사회), 과학의 4-5학년 과정을 공부하지 않아 엄마인 저로서는 조금 고민이 됩니다.

혹시 외국행을 고민하시는 부모님들 계시면 아이의 잠재능력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곳 엄마들끼리 농담으로 “한국에서 잘 하는 애가 국제학교에 와서도 잘 한다”고 합니다. 뼈있는 농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큰 아이가 국제고를 원합니다. 중 3으로 복귀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중 2로 편입해 내신을 만들 각오를 할 만큼 원합니다. 사실 미국식 학교의 프로젝트, 에세이 위주의 수업이 녀석에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닙니다. 오기 전 00영어라는 방문식 수업을 1년간 한 게 전부입니다.

이해력이 빠르고 자신의 생각이 있어 문법은 좀 틀려도 선생님들이 녀석의 과제를 재미있어 합니다. 그 과정을 즐깁니다. 아마도 그런 교육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 국제고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의 입학이 너무도 힘들어 보여 고민이 되더군요. 중학교 영어 내신을 잘 받으려면 문법을 잘 해야 한다는 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지금 영어 문법 문제집을 풀고 있지만, 문제 풀이에는 익숙치 않아 조급하고 불안한 기색도 자주 눈에 띱니다. 이런 아이를 데리고 꼭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간혹 듭니다.

현재까지 녀석의 꿈이 꼭 국제고를 졸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역사를 좋아하고 심리학을 전공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시 입학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님을 지난 반년간의 스홀 눈팅으로 알고 있기에 엄마인 저는 염려가 되지만, 일단은 한국에 가서 내신을 보고 결정하자며 권유하고 있습니다. 수학도 많이 부족함을 알기에 도대체 내신이 얼마나 나올지, 적응할 수 있을 지 짐작할 수 없더군요. 

우선은 고입특례 요건을 채우는 내년 2월 말로 귀국을 예정하며 경기도 지역의 공립 국제고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전에 학교를 다녔던 지역으로 돌아 갈 생각입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도 귀국학생이 많은 지역도 사교육이 편리한 지역도 아닙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이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다행히 목동 학원가에서 버스가 다니는 곳입니다. 큰 아이의 영어 실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렸지만, 세부준비를 하는 것은 여전히 망설여지는 제 모습을 봅니다. 나의 미래가 아니라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인생인데,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혹시 우리 가족에게 해주시고 싶은 조언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