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어떻게든 시간은 가고
어떻게든 인간은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첨엔 그리 힘들고 지치더니
2주 후 부턴 괜찮아지더라구요..
영어에도 다시 흥미가 생기고...
적응되니 돌아갈날이...
4주는 적응하고 갈준비 하느라 좀 짧긴 하네요.. 

외국생활 경험은 많은 편이지만
아이하고 간 건 2년전 싱가폴 한달...(논 기억밖에 없어요)
이번에 필리핀 한달..
아이들은 엄마와 와서 인지 정말 별 무리없이 잘 해줬습니다.

큰 아이(초5)는 저의 지역 분당에서...영어가 최상위는 아니고
제법 하는 정도 였는데 여기선 완전 인텔리 됐습니다.
필리핀 티쳐고 대학생들이고 저처럼 오신 엄마들 모두
큰 아이 잘 한다고 어찌나 칭찬해 주시던지 시험마다 탑이었습니다.
큰 아이 영어 슬럼프 땜에 갔는데... 웃어야할지...
여기 수준을 의심하며 울어야 할지... 근데... 아이는 우쭐해졌나 봅니다.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는지 밤마다 스스로 단어 예습도 하더이다...
한국에선 얼굴에 온갖 오만상 쓰고 숙제나 억지로 하던 놈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만 다행히 좋은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돌아가서도 많이 칭찬해주리라 다짐해봅니다만 제가 좀 다혈질이라...

작은 아이(초2)는
첨에 어린 것이 불쌍타고 너무 쉬운 책을 골라줘서
좀 지루해했습니다만...
하루 8시간 1:1로 하다보니 주절주절 잘 떠듭니다.

일인당 비행기까지 300만원 좀 안되게 들어갔습니다.(유학원에..)
용돈으로 우리셋이 40만원정도 썼습니다..거의 먹는데에..
주말마다 액티비티도 다양하게 했고
숙소내 수영장에서 수영도 많이 했습니다.
식사는 다 제공되지만
이상하게 한국에서도 안 먹던 라면에 미쳐  라면값도 좀 쓰고 ..
첨엔 한국라면,과자 위주로 사먹다가 이젠 필리핀것도 사먹고... 군것질 엄청 했습니다..
다른 애들도 군것질에 용돈 거의 쓰더라구요...밤마다 라면들 먹고...
매니져가 맡아놨다가 아이들이 필요하다면 주던데요..

밤마다 군것질 하며 열심히 수학숙제 해서
학원에서 해오라는 양을 다 했습니다..짝짝짝 !! 티쳐들이 기특해하실 모습이...

필리핀 사람들...참 순수하고 착하고 정많습니다.
티쳐들이 먼저 헤어지는 학생들 선물도 해주고
한 친구는 어제가 대학졸업식인데 못 간다고
티쳐들이 돈 모아 케익도 사고 이벤트도 해주는데
제가 다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애들도 이것저것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정말 20만원도 안되는 박봉에
물가는 그에 비하면 쎈편이더만...
돈을 떠나 시간내서 고르고 사고...
쉬는 시간에도 애들하고 놀아주고...
발음에서 아쉬움이 남는거 말곤 실력도 좋고 착합니다.

참 ! 어제 일산에서온 두 팀(저처럼 엄마와 애들 둘씩..)과
자이언트 !! 지름 80Cm의 피자시켜 먹었습니다.
두겁지는 않고 바삭하고 재료 나무랄데 없고 화덕도 있더라구요...
직접 구웠는데 한 50조각 (네모지게..)정도... 환상이었죠...
그리고 수영장에서 노는데
젊은 친구들과 필리핀 티처 몇명이 수영장에 와서
정말 즐거운 추억 하나 추가했습니다...
젊음이 부럽습니다..

우리 애들은 엄마와 같이 왔기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내고 간다 믿고 싶습니다.
제가 다닌 학원도 취침 전까지 공부 시키는 스파르타식도 있는데
제가 있는 곳과 지역이 달라(원장은 같고..) 그 아이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필리핀 티쳐 2명과 아이 둘이 같은 방에서 합숙 한답니다.
여기 프로그램은 하루 8타임 학원에서 공부하고 저녁은 자유시간이라
전 다른 공부도 시켰는데 애만 혼자 온 경우엔
거의 대학생 형아 언니 따라다니며 놀더군요...
그렇다고 학원에서도 성실하기만 한건 아닙니다.
사실 8시간 영어만 한다는게 무리가 있고 지치다보니 그려려니 하지
계획있으신 분들은 여러가지 감안하시길...
스파르타팀 애들도 아마 더 힘들겁니다... 10시까지 영어만...정말 영어 싫어지기도 하겠습니다.
무조건 많이 한다고 성공 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참 ! 한 한국 초등 학생이 카트라이더 같은거 (우리 아이들도 타러 갔다가 그 날 사고 나서 못탔거든요..)
타다가 다쳤답니다.
산소호흡기까지 하고 구급차에 실려 갔다는데 그 후 소식은 모르지만
그날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지금도 부모맘으로 걱정입니다.

기대보다 더 좋은 것도 없었지만 더 나쁜 것도 없었기에 다행이라 여깁니다.
근데 이건 개인차가 심합니다.
일산맘은 불만 많았습니다. 아이 선생님이 자꾸 바뀌어서...
선생님은 사실 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요구하면 교체도 해주구요..

그리고 학생 분위기도 정말 중요한데 이것도 운이라고나 할까....
어쩔 때는 얌전한 친구들이 모이고 아니기도 하니까요....
유학원 선택시 경험자 후기도 많이 챙겨 보는게 낫겠더라구요..
일산맘은 친한 분들이 같이 온건데
그러다 보니 저희 보다는 좀 더 놀게 되는것 같더이다.
전 아무와 말도 안하리라 다짐하고 모질게 밤마다 공부만 했는데
사람들이 다 좋아 이젠 조금씩 어울리기도 합니다.

작은 아이는 또 온답니다.
티쳐들 보고 싶다고 벌써 찔끔 거립니다.
큰 놈은 기겁 합니다. 너나 오랍니다.
짧지만 알차게 보내려 노력은 했습니다만
학원 커리큘럼이 약해 아쉬웠습니다.
혹 계획있으신 분들은 무엇보다도 커리큘럼과 레벨별 교재 등을 꼼꼼히 챙겨보세요...
뭐든 하면 되겠지 하기에 시간이 아깝습니다.

낼모레 남편이 필리핀으로 옵니다.
플랜테이션 베이에서 4일 머물며 휴가를 즐길겁니다.
아직 몇일 남았지만 무사히 지낸것에 감사하며
희미하게나마 영어에 대한 팁을 찾기도 한 것 같아 다행이라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