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열공서포터즈님께서 글을 올리는게 좋다고 조언을 하셔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슬픔은 나눌수가 있지만 기쁨은 절대 나누어서는 안된다고....

나의 기쁨이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매들과 친구중 딱 한명 그리고 열공서포터즈님께는 좋은소식 나쁜소식 모두를 알려드렸어요. 늘 궁금해 해주시고 지지를 해 주시는것을 알기에....

그래서 이번에도 쪽지로 보냈더니 다른분들을 위해서 공개를 해 주는게 어떠냐고 하셔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아이는 너무 힘들어 했어요. 결국 학교를 그만두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이정도까지 결정할 정도면 얼마나 우리 가족이 힘들었을까 짐작이 가시는지요.

고등학교 공부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고 기본 실력이 없었던 아이는 결국 견디기가 힘들었던것입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던 아빠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괜찮다고... 너무 힘들면 올해는 학교를 그만두고 생각해 보자고....

검정고시를 하든 일반고로 전학을 가든 다시 외고에 재입학을 하든 쉬면서 생각하자고...

1학년 중간고사를 보고 며칠 안돼서 이런 결정을 하고 바로 아이를 데려 왔습니다.

검정고시로 대학을 간 아빠는 혼자 공부하는것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고 두렵지 않았지만 아이의 인생을 한박자 늦추는것에 대헤서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함들었으면 학교를 그만 두는것에 대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고마 대답을 냉큼 하더이다.

아빠는 아이에게 그 해 연말까지 더 강해지는 법, 혼자 철저히 외로워지는법을 가르쳤습니다.

아이가 계획을 짜고 도시락을 싸서 도서관을 보내면 하루종일 혼자서 그 계획한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인강을 듣고 주 2회는 영어 학원을 가고... 그것도 엄청 멀리 지하철을 타고(1시간 정도)

그러면서 아이는 학교 다니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자꾸 이야기 하더라구요.

학교 다니는 다른 친구와 통화를 한날 이런 말을 하대요.

"엄마 이 친구는  내일 학교를 가야 해서 부담이 된다는데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몰라. 내가 내년에 학교를 가게 된다면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다른건 생각도 안하고 공부만 할거야. 학교 가고싶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학교를 재입학 하고 친구들은 2학년 우리아이 1학년.

그렇게 열심히 7개월동안 공부를 하고 들어간 학교의 첫 중간고사

"완전 참패"

아이는 완전히 그로기 상태였고 시험이 끝나고 전화기를 붙들고 대성통곡을 하더군요

공부만 하면 되는건줄 알았다고...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왔어도 이것밖에 안되는거였냐고...

아이는 울어도 될 권리가 있었습니다.  학교 입학후 쉬는시간에도 친구들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공부의 정석을 밟아갔던 것입니다. 정말 공부로 성공한 이들의 책에서나 나오는 방법들을 실천해가는 고지식한 아이였는데....

그런데 아빠는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당연히 성적이 안나오지, 웬줄아냐?  다른 애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열심히 해서 기본기가 있는데 우리 애는 겨우 7개월 했잖아. 그래도 괜찮아.  웬줄 아냐? 이렇게 열심히 한게 어디 가는게 아니거든."

대성통곡 중간고사가 끝난날 아빠는 아이와 저를 데리고 휭~~~하니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난국에 뭔 여행이야?  얼른 학원 알아봐야지" 소견좁은 이 엄마의 대사입니다.ㅎㅎ

시무룩한 아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안타까운 엄마는 홀라당 아이옆에 앉아서 손을 잡고 말없이 갑니다.

중간쯤 가다가 아빠가 말합니다.

"어이 아들!! 포기할게 아니라면 다시 재정비 해야지. 정말 수고했어. 이번 여행은 우리의 공부 방법을 수정하거나 재검색해볼때라고 생각해. 한번 더 도전해야지?"

아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달덩이 처럼 밝아집니다. 제 얼굴도 덩달아 환해집니다.

그날밤 아빠와 아들은 정말 깊은 대화를 하며 아들은 자기의 공부 방법대로 한번만 더 해보겠노라고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았는데 바꾸는건 정말 싫다고 하네요.

학원은 다니지 않았고 수학은 인강을 들으며 나머지 과목은 교과서와 참고서만 가지고 했거든요.

공개합니다. 그때 수학이 76점.불안불안한 이 엄마는 벌써 수학 학원들 혼자서 돌아다녀봤지만 아빠와 아들을 못이겨요.

기말고사때 첫번째 기적이 일어납니다.

아이가 가장 약한 과목이 수학인데 전교 1등을 했네요. 공부경력 10년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아이는 자신의 공부 방법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고 또다시 책에서나 나오는 공부의 정석은 계속 되었습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 등 깨어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것과 12시 반이면 무조건 취침. 아침밥 반드시 먹기. 늦잠 금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서 단 한순간도 흐트러짐이 없이 달려 갔습니다. 친구들에게 괴물 또는 전설로 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공부를 하면서 달라진것은 자기 정리가 잘 되는것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계획을 짜고 점검하는것 까지.

마인드가 점점 자기 발전적으로 변해갔고 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것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체력이 떨어질 만큼 공부를 했고 링거와 홍삼사이를 오가며 위태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할때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과식을 절대 하지 않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더군요.

고 2 여름방학때는 텝스와 한국사 인증시험을 해야 한다고 계획을 짜더니 텝스 학원을 보내 달라대요.

그래서 방학포함 두달을 했고 결국 두달후에는 906점을 받았습니다. 여름 방학때 한국사 시험은 1급을 받았습니다. 물론 시험 신청은 미리 방학때 볼 수 있게 해 둔거였고 2주동안 다른공부 밸런스 유지 하면서 한국사까지 완성을 했던 것입니다. 홍삼~~~과 함께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자기확신이 더욱 강해졌고 자기주도적 학습에서 자기주도적 삶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고 2 겨울방학. 정말 드라마 처럼 보냈습니다. 집에 와서 지내면서 도서관을 다녔는데 어쩜 그렇게 아침에 잘 일어날까요? 한번쯤 늦잠을 잘만도 한데 절대 그러지 않더라구요.

"너 원래 이렇게 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니?"

"거기서는 더 열심히 하죠. 이동시간이 짧으니까. 집에서는 도서관에 갈때 챙겨갈 것도 있고 해서 시간이 더 빼앗겨요"

어느날은 이런말을 하네요

"오늘도 역시 완벽한 하루였어. 내가 계획한 공부를 다 해내고 나면 정말 행복해.항상 잠자기전에 반성을 해. 어떤점이 부족했나를.그래서 다음날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나는 언제나 오늘이 가장 열심히 한 날이 되는거야.빨리 고3이 되어서 3월 모의고사를 보고싶어. 그동안 공부한거를 쫙 토해놓고 머리를 정화시켜야돼. 난 시험이 좋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테스트를 해 보는거라서 정말 좋아"

아 뭐 이런녀석이 다 있지? 얘가 걔 맞아?  느리적느리적 거리던 내아들 맞냐고?

"한국사를 방학동안 세번 봤어. 아마 나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을거야. 후회없어.

국영수 밸런스 유지 하면서 이것까지 하려니 정말 바빴지만 정말 알찬 방학이었어"

3월 모의고사를 봤고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 옵니다.

"엄마 삼백. 드디어 재입학 하던날 교문을 걸어서 들어가면서 결심했던걸 해냈어!!

 방학때 아침에 일어나는게 정말 힘들었지만 단 한번도 내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던 내가 정말 자랑스러워. 가장 힘든 적은 내 자신이었어."

 

다음은 아이와의 문자입니다.

"삼백은 신이 아이었다. 나였다. ㅋㅋㅋ"

"맞아. 너잖아. 진짜 대단하다. 너 이런힘이 어디에 숨어있었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속에 가능성이 내재되어있어.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잊고 살더라고"

"그랬구나. 넌 언제나 감동이야"

"더 이상한 것은 어렸을적 자신에게 품은 기대를 하나하나 지우며 살더라고"

"그렇구나!"

"하지만 소중한것은 절대도 잊으면 안돼. 언제나 자신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낮춰서는 안돼"

"그래. 아들아 언제나 넌 나의 스승이야"

 

이 시험이 수능은 절대 아닙니다. 이걸로 인생이 바꿔지는건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는 하나하나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 가면서 자신이 무엇이든 해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것을 배우는 과정이 공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쉽게 이루어진것은 아니며 중간중간 다가왔던 위기들을 가족의 사랑이라는 무기로 헤쳐가며 서로를 위로하며 지탱하며 그렇게 지나 왔습니다. 어려움이 닥쳤을때 늘 부모가 곁에 있음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가 참 고맙습니다. 실패의 순간에도 아이는 말합니다. "너무 힘들어.그런데 난 알고있어. 다시 일어서서 도전을 하는 게 나라는것을. 이미 치유됐어. 엄마아빠를 떠올리는 순간 다 해결 됐어"

우리는 언제나 하나 입니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아빠는 가능성의 길을 보여주고 엄마는 휴식처를 마련하며 아이는 웃으며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그 길고 험난했던 과정들을 열공서포터즈에게는 늘 고백을 했었기에 이번 일도 알려 드렸던 것입니다. 열공서포터즈는 공부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이런 과정이 공개 되기를 원했고 좋은 일은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올려 봅니다.

 스터디홀릭 강명규쌤께도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고백은 늘 열공서포터즈께만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