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유게시판

이어서 글을 쓰겠습니다.

저는 이제 대학교 1학년이니, 바로 작년 일이네요. 사실 고 2까지 대입에 대해서는 절실히 와닿지 않았는데, 고3이 되니까 확실히 와닿긴 하더군요. 암흑터널에 갇힌 그 느낌, 매일밤 야자하고 하루 3시간 자고 공부하면서도 느끼는 그 불안감과 우울함. 하... 정말 대한민국 고3이 아니면 느낄 수가 없죠 ^^

일반계고의 고3들은 어떨까요? 보통 고3까지 오면 학생들은 거의 두, 세 부류로 나뉩니다.

첫번째, 자포자기류.

  고1부터 꾸준히 놀았고, 기본이 덜잡혀 있을 뿐더러 집중암기하면 그나마 내신을 딸수 있는 과목도 챙겨놓지못한, 성적이 가장 하위인 친구들이죠. 아등바등 어떻게든 해보려는 친구들이 있으나, 고1부터 다져야 하는 탄탄한 공부 습관과 실력이 없기에 모두 무용지물이 될 뿐입니다. 이 친구들은 고3 끝물에 원서를 넣긴 넜는데요. 보통 전문대나 지방대 쪽으로 넣습니다. 협성대나 한서대, 호서대, 백석대..? 등등 기타 들어도 알 수 없는 대학에 원서를 넣고 한숨을 푹푹 쉬는 케이스죠. 물론, 만족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 협성대, 한서대, 호서대,.. 이런 대학들, 지금은 들어도 뭔가 싶으실텐데, 고3되면, 원서쓰면 자연히 알게 되십니다..^^ 굳이 자신이 쓸 대학이 아니어도, 주변에서 이런 곳을 쓰는 친구들이 꼭 있기 마련이죠. 아, 외고 학생분들은 제외구요.(^^;)

* 또 애초에 공부에 뜻이 없고, 무용 쪽이나, 예체능,  미용, 메이크업, 직업 위탁 등등의 친구들도 있어요. 보통 미술이나 미용, 요식업쪽 친구들은 고1부터 , 혹은 고2부터 하는 경우가 많고, 체대준비하는 친구들도 압도적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내신은 안되는데 대학은 가고싶은 남학생들이 대부분이죠. 여학생들도 많습니다. 애초에 체대로 목표를 잡고 노력하는 친구도 많습니다. 다만 그런 체대 준비생을 욕먹게하는 내신 안되니까 체대라도 가자는 심정으로 준비하는 친구들, 고3되서 보니 참.. 안쓰럽더군요. 개 중에 합격한 건 운좋은 몇몇 빼고는 없습니다. 붙어도 좋은 대학은 무리구요. 애초에 3년 헌신해서 결과를 바라는 상위권 학생을 두고 잠시잠깐 반짝 체대 준비하는 친구들이 좋은 대학에 붙긴 무리죠. 그친구들도 나름 절박해져서 하는 노력이겠습니다만, 꾸준히 해오던 친구들에게는 어림없습니다. 

두번째, 어중간한 내신, 정시로 돌려보자 류

  시험때마다 적당히 공부하고, 하루 전날 밤샘해서 그럭저럭 성적은 올려놨는데, 상위 대학을 쓰자니 턱도 없고, 하위 대학을 쓰자니 너무 아까운 그런 친구들. 이 친구들이 일반계 고의 60%이상을 차지합니다. 중하위권은 하위권을 쓰려면 위에 예시로 든 그런 대학들을 써야 하는데, 이것참, 내가 쟤네보다 훨씬 열심히 했는데 결국 같은 대학을 쓰게 되는 꼴이라니, 라는 한탄과 자괴감, 멘붕이 오구요. 서울권 대학중에 하위 대학들을 쓰자니, 서울은 서울인데, 이건 대학이름이 평택대, 강남대.. 도대체 어디 있나 싶고, 서울로 대학다녀요~라고 자신있게 말하긴 어려울 대학이고.. 혹시 부실대학은 아니야?!라는 의심만 짙어지죠. 중상위권역시 내가 나름 상위권이고 공부좀 한다는 소릴 듣는데 내가 왜 저런 대학을 써야하지?라는 생각과 오기가 쌓여가고, 상위권학생들이 쓰는 대학을 넣어보지만, 이게 또 부질없는 짓같고, 내신에서 쨉이 안될 걸 아니까 논술이나 기타 입학사정관제에 목숨을 걸게되죠. 중상위권이라 해도 나름 공부 열심히 해서 내신 2점대는 되는데, 더 낮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면 뭐합니까. 높게 쓰자니 내신이 부족하고, 낮게쓰자니 너무 아까운걸요. 일반계 고의 가장 큰 폐해가 이 중간층 학생들이죠. 성적이 상위면 여기저기 유명대학 다 넣어보는데, 이건 참 불안하고, 막막하고. 뭐 그렇습니다.

세번째, 착실히 공부해 내신따놓았으니, 골라서 가자류

  일단 기본적인 대학 레벨이라면, (사실 이렇게 '레벨'이라느니, '하위''상위'라느니 분류하고 따지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이게 대입계의 현실임을 고3을 거친 자로서 부정할 수가 없네요.)

서연고 ( 서울/ 연세/ 고려 )

서성한 ( 서강/ 성균/ 한양 )

중경외시 ( 중앙/경희/한국외/시립 ) +이화여대

건동홍 ( 건국/동국/홍익 ) 

국숭세단 ( 국민/숭실/세종/단국 )

까지가 서울 명문대 커트라인이죠. 아마 외고 분들은 저기서 서성한 정도까지, 못해도 중경외시까지만을 노리고 계시겠지만요.  상위권들, 그러니까 전교 1등에서 5~6등까지는 저중에 원서를 뿌려 놓고 합격을 기다리며 즐겁게 골라갑니다. 올해부터 수시를 5개밖에 못넣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공부잘하는 학생들에겐 큰 무리가 되는 제한은 아닙니다.

저 때엔, 그러니까 작년에는, 상위권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제에 올인했죠. 솔직히 정시야 제한 2등급 2개~3개만 뜨면 되고, 자소서를 얼마나 잘쓰고 내신을 얼마나 높냐로 대학을 가니까요. 성적만 보는 유형부터 입학사정관제 지원해서 자소서 빡세게 쓰고 면접에 간단한 논술 준비하는 유형까지. 상위권 학생들 밤새며 머리 터지게 자소서 두드리고 정시 커트라인 신경쓰느라 거의 죽어갔죠. 온 선생님들이 달라붙어 자소서 코치해주고, 상위권 학생들 따로모아 모의 면접해주고, 학생들은 학생대로 논술 과외 끊어서 연고대 논술 연습하고, 제가 쉽게간다고 표현했습니다만, 그건 대학 잘가는 '기반'을 언급한 것이고 고3 막바지에 이 노력까지 쏟아부어야 진짜 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소서에 시달릴때 쯤이면 1점대 내신 받아 놓고도 상위권학생들도 불안해하거든요. 과연 내가 붙을까, 도대체 자소서는 어떻게 해야 임팩트있게 쓰는 걸까, 이걸 면접관이 꼼꼼히 읽어줄까, 날 뽑아줄까, 기타 등등이요. 평소에 흔들리지 않던 전교 1등마저 전전긍긍하는 걸 보니, 정말입시는 못할 짓이구나 싶더군요.

고3 10월 부터가 가장 힙들죠. 논술같은 시험이 시작하는 시즌이니까요. 여름방학 부터 원서를 넣는데, 사실 넣으면 돈이 비싸긴 하지만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건 어느 고딩이나 마찬가지예요. 그저 원서를 넣었을 뿐인데 마치 내가 합격할 것 같다는, 합격했다는 착각에 은연중에 빠지게 되요. 당연한 심리입니다.

그리고 이 착각은 11월부터 처참하게 깨집니다. 분명 나는 논술을 제대로 쓰고 나온 것 같은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을 누르고 합격자 신청란에 내 수험번호를 입력하면, 새빨간 '불합격'이 나를 반깁니다. 하루에 두개 대학 발표나는데 다 불합격이 뜨면, 말그대로 '투킬'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야자시간 문제집을 풀던 손에 힘이 풀리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됩니다. 이 발표 시기가 정말 사람을 들었다가 놨다가 하고, 학생들의 심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시기예요. 저도 겪었습니다만, 무슨 조울증 걸린 것 처럼 합격하나에 웃고, 불합격하나에 울고, 그저 흔들리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 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말그대로 초중고 6년을 여기에서 보상받는다는 생각이니까요.

물론 일반계 최상위권은 왠만한 대학 발표는 우습게 붙어줍니다.

보통 서연고 ~ 중경외 까지 넣어요. (올해부터는 또 다르겠죠. 아마 서성한까지..!)

각 대학에 맞춰 준비하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면접을 끝내면, 수능보기 전에 결과가 한두개씩뜨죠.

그래도 높은 대학은 수능 커트라인까지 보기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고 수능준비에 임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성적이 나온 뒤, 발표시기가 되면..!

최상위권의 잔치가 벌어지죠. 혹시나 해서 넣었던 건대는 물론이고, 이대, 중경외, 차례차례 파란 합격이 날아옵니다. 서강대는 기준이 까다로워 반드시 성적 순이라고 볼 순 없고, 성대도 기준만 잘 맞추면 가능합니다. 이때는 긴장도 안합니다. 12월 중반이 되서 서연고 발표가 날때, 떨리는 손으로 수험번호를 입력하면, 전교 1,2등은 연고대에서 합격 통보가 날아옵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환호를 지르죠. 문과는 서울대까지는 조금 힘에 부친다고 할 수 있으나, 이과에서도 두명씩 서울대 붙어줍니다. 물론 해에 따라 진학률이 다르지만, 제 때에는 이렇습니다.

고생해온 지난 학창시절이 모두 보상받는 느낌을 만끽하며 졸업까지 세달의 여유를 즐기죠.

물론 대학에 합격한 게 전부가 아님을 대학생이 된 저로서는 매우 절실히 느낍니다만, 고3 수능 끝난 무렵에는 정말 그게 전부가 아닐까라는 마음이 듭니다. 입시의 폐해죠.

이후의 일반계고 고3은 발표도 났겠다, 야자하는 후배들 안쓰러히 여기며 졸업까지 열심히 잉여짓하고 답답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겨울 방학을 지나, 드디어 대학교의 문에 들어서게 되는 겁니다.

지루한 글이었죠. 그저 제 기억과 경험을 되살려 써본 글이었습니다만, 다소 편향된 점이 많고 객관성이 떨어지는 면도 많습니다. 굳이 고3에 대해 쓴 이유는, 앞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친구들이 이런 글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고, 스스로의 다짐이나 계획에 참고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사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런 글들도 접해보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와닿는 게 적기 마련이죠.

솔직히 일반계고에서는 최상위권, 전교에서 노는 친구들 중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이하는 아주 냉정히 말하자면 들러리죠. 물론! 성적 면에서만 냉정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밖에 면에서는 솔직히 일반계 고가 재밌죠. 학교 생활면에서요. 여고면 여고, 남고면 남고, 진짜 평생 갈 친구들 사귈 수 있을 만큼 웃기고, 많은 추억 남기게 됩니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지만요!^^

아는 동생이 하늘고 입학해서 이제 고3인데, 정말 빡세게 공부시키더라구요. 기숙사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한달에 한번 나오는 휴가(?)까지도 학원 가는 데 쓴답니다. 거기 애들이 다 그러니 동생이 이 악물고 해도 최상위권까지는 못가나봐요. 그거 보면서 많이 안타깝고, 또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외고는 일반계고와는 달리 성적에 있어서 스트레스가 훨씬 심하죠. 왠만큼 한다는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머리좀 굴릴줄 아는 친구들이 모여서 등수가 매겨지는데, 그 멘붕의 정도가 일반계고와는 비교할 수 없죠. 거기 간 것만 해도 칭찬받아야 되는데, 가서 나보다 뛰어난 애들이 많다고 느끼며 위축되고, 작아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는 친구들을 보면 많이 안타까워요. 확실히 대학 진학률이 높지만, 제가 논술학원 다닐 때 내신 바닥인 외고 친구들도 그렇게 대학을 잘 가진 못하더라구요.

고3 시간 보내면서 느낀 게, 반드시 외고 가야 좋은 대학 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예요. 물론 '좋은 대학'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할말 많습니다만(^^) 일단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대학말이죠. 인서울, 4대문. 대학에 가기 위해 이때까지 교육을 받아온 것 마냥 세뇌되니까요.

이 비정상적인 교육구조에 대해 그저 통탄할 따름이지만, 그깟 공식 몇개 외우는 것 보다 좋은 책읽고 토론한번 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교육이란 걸 알지만, 힘없는 이 나라의 비루한 학생으로서, 그저 현실적인 면에서 지극히 속물적으로 대입을 바라보는 것 밖에 드릴 조언이 없네요. 뭔가 우울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됬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공부하는 학생들! 화이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