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저희 엄마뻘이지만 같이 운동하는 아주 씩씩한 분이 계십니다.

언제나 화통하시고 밝으셔서 여지껏 인생의 고민이라고는 별로 안 하시고 잘 사신 것같 은 그 분.

왠지 저는 그 분이 좋아서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목욕하다

등도 밀어드리는 사이인데요....

그제는 그분이 여지껏 안 하시던 자제분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3남매를 두셨는데 그 중의 장남 말이죠.

나름 욕심이 있어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고 그 시절 개인과외를 붙이고 컴퓨터가 흔치않던 시절에

아이에게 컴퓨터를 사주고 선생님까지 붙여서 일찍 가르쳤다고 합니다.

뒤늦게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그 쪽에 자질이 있는것을 아시고 겁이 났다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 80년대 후반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직업이 전혀 유망직업도 아니었고 그 계통의 학교도

전무한 상태였으니 부모로써 불안하고 당장 막아야겠단 생각이 드신거죠.

고등에는 적성검사결과도 그렇고해서 아이를 문과에 보내고 법대에 보내야겠단 결심을 하시고

착한 그 집 아드님은 싫단소리 차마 못하고 열심히 했답니다.

원하는 대학 법대에 실패하고 재수하고 군대가서 거기서 3수를 하고 결국 동국대 법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졸업즈음....법조인을 원하던 부모와는 달리 아이는 몰래 컴퓨터 관련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모는 한동안 모르고 졸업을 했는데도 취업이 되지않는 아이를 한심하게...답답하게....애태우셨답니다.

결국 일반회사에 들어가서 3년 후 아이는 중대발표를 합니다.

창업을 하겠다고....컴퓨터 프로그램 회사를 말이죠...

부모로써는 또다시 걱정이 시작되었죠. 제법 나이드신 분들은 안정된 직업을 박차고 나오는 아이가

믿음이 안 갔고 어수룩한 자기 자식이 사업이란걸 잘못해서 인생에 낙오자가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2년을 말렸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부모에게 차마 말하지못하고 몰래 컴퓨터관련공부를 하면서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1년 반, 맞지도 원치도 않는 회사에서 한숨쉬며 아침마다 출근해야했던 3년,

그리고 고시는 못볼망정 무슨 창업이냐며 말리는 부모를 설득해야했던 2년여......

결국 대학졸업 후 7년이 지난 지금

................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업체의 선두주자로써 명성을 날리고 있고

일본의 나루토시리즈외 다수의 게임을 공동개발해서 전 세계에 보급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

한때 고시도 안 보고 명문대에 들어가지도 못해 부모의 골치덩이였던 그 아이가

지금은 공부 잘했던 차남을 제치고 제1의 부모의 자랑이 되었다네요.

그 아이가 좀 더 고집세고 부모말 거스를줄 아는 아이였다면 아마 7년의 세월은 단축될수있었겠지만

차마 부모님 기대를 져버리지못하고 따라야했던 그 심성에 깊이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저의 손을 꼭 잡고 " 아직 아이가 어리니 잘 봐라..잘 살펴 봐...뭔가 있을꺼야. "라고 그 분은 말씀해주셨어요.

성공한 그 장남은 집에 자주 오지도 않고 와도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대화를 하고싶어하지않는다고 말이죠....

인간은 오묘해서 좋아하는 일을 할때는 시간도 빨리가고 지치지도 않지요.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비젼도 무시할수는 없겠죠.

맘이 더 급해지는군요.빨리 찾아야할텐데........아직 이도저도 아닌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참 감사한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지만 한편으로는 마음도 무거워졌습니다.

나중에 "엄마, 참 감사했어요..저 행복해요!" 라는 말을 꼭 듣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