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열매샘의 첫번째 이야기. 

교과서를 버리는 아이들, 과연 교과서는 버려도 되는 것일까? 

군인이 총을 놓고 전쟁터에 나가면 안 되는 것처럼, 학생이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네 부모님들께 질문을 던지면 어렵지 않게 정답이 나올 겁니다~

 "교과서" !! 라고요~   
책가방에 가지런히 준비해 둔 교과서는 학교 공부에 꼭 필요한 책이자 필수 준비물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요?

제가 가르치는 고등학교 학생들과의 첫 시간에 늘 발생하는 사건(?)을 보여 드릴게요.

"   자. 이번 주부터는 먼저 도덕 교과서를 정리할 거야. 1단원 내용을 잘 읽고 요약해 온 후에 25쪽에 있는 탐구 활동 문제를 풀어오렴. 다음 시간에 풀어온 문제를 각자 발표하고 함께 토론해 볼 거니까 열심히 생각해 보렴."

"  어?! 교과서요?? 선생님 전 교과서 다 버리고 없는데요~"

"  네, 저도 없어요. 그거 저번에 학교 앞에 장사하러 온 아저씨한테 팔았는데~"

" 전 교실 뒤 폐품함에 버렸는데요? 교과서를 봐요? 헐... "

..........................

이럴수가!!!!!!!   제가 공부를 할 때만 해도 교과서는 가장 막강하고 중요한 시험 준비 참고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를.... 버린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도대체 교과서를 왜 버리는지를 물어보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학교에서 교과서로 수업을 잘 안 한다.

→ 고등학생이 되면 수능 시험 준비 위주로 수업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2학년 정도가 되면 교과서보다는 문제집을 위주로  수업을 하곤 합니다. 더이상 학교 수업 시간에 필요한 교재가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제 불필요해진(?) 교과서를 아무~ 미련없이 휙, 버리는 것이지요.

둘. 교과서를 볼 필요가 없다.

→ 예전에야 시험 대비를 위한 참고서나 문제집이 다양하지 않아 교과서=시험 대비 참고서의 공식이 통했지만, 요즘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기 좋고 깔끔하게 요약하고 정리해 놓은 다양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어 딱딱하고 길게 늘어져만 있는 교과서는 애물단지 신세가 되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요즘은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죠~ 대부분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시험 대비를 하는데,  학원에서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시험대비를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교과서는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이유를 듣고 보니 어떠신가요?

학교에서도 교과서로 수업을 잘 안 하고~ 교과서 없이도 시험 준비를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니
굳이 무겁게 들고다니고 들춰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나요?

교과서는 정말 안 봐도 괜찮은 것일까요? 

저는 절대 절대 괜찮지 않다!!!!!!!!!!!! 고 답하고 싶습니다.

교과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학생들의 수업에 교과서를 적극 활용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쁘고 멋진 시중의 많은 문제집 / 참고서들을 밀어두고 교과서를 우선시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 교과서만큼 독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교재가 없습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교 성적과 입시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독해력입니다.
길고 어려운 텍스트를 읽고 글의 핵심 내용와 주제, 흐름과 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어야 정답을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독해력은 모든 과목의 성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 독해력에 대한 설명은 차후에 더 자세하게 나누도록 할게요 ^^)

그런데 이 독해력을 키우는 데에 교과서만큼 좋은 교재가 없습니다.
교과서는 대단원부터 소단원, 하나의 문단에 이르기까지 아주 뚜렷하고 깔끔한 구조를 가진 글입니다. 상위, 하위 단위의 구조가 더없이 분명하며, 문단 위에는 굵은 글씨로 문단의 중심 내용이 정리되어 있고, 소단원, 대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에서 전달한 내용들의 핵심만을 보여주는 요점정리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을 읽고 중심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아이들도 교과서를 여러번 읽으면 문단의 중심 내용, 작은 단원의 중심 내용, 큰 단원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글의 중심 내용과 주제, 구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은 어떤 시험에서도 강한 실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서도 출제문이나 보기 박스와 같은 제시문의 분량이 길어지고 있는 추세이며 대입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보다 길고 어려운 제시문을 구성해 독해력을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둘. 배운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책 한 권을 직접 읽은 아이와 책 내용의 줄거리만을 읽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 두 아이 중 누가 더 줄거리를 오래 기억할까요?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고 하지요?
처음에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쉽게 가는 길을 택한다면,
얻은 것을 또 쉽게 잃어버리게 됩니다. 당연한 이치인 듯도 싶고요~

교과서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는 참고서로 공부를 하면 보다 적은 시간안에 더 많은 내용을 암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지식은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시험이 끝나는 즉시 머릿속의 모든 내용을 없애버리는 아이들이 참 많답니다.  고등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중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이야기하면 "그런 건 배운 적 없어요!!"라고 아주 단호하게 우기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 입시까지 배우는 모든 내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과서를 많이 읽으며 공부한 학생들은 마치 한 권의 대하소설을 읽은 것처럼,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각 단원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좌르르~ 담겨 기억됩니다. 12년에 걸쳐 배워왔던 내용을 영화 내용처럼 기억할 수 있다면, 단연 다른 학생들을 앞서는 실력을 갖게 되겠죠?

 셋. 성공적인 대학 입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서울에서는 이미 초, 중, 고등학교에서 내신 성적의 50% 이상을 서술형, 논술형 시험으로 평가하고 있죠? 아이들과 교사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불만도 있지만, 이러한 시험을 강화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학 입시와도 연결되는 흐름이며, 이것이 진정 필요한 시험이기 때문이지요.

대학 입시에서는 이미 많은 학생들을 논술 시험을 통해 선발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모든 과목을 서술형 시험으로 평가합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들어간 후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서술형 / 논술형 시험에 능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죠 *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서술형 평가를 정말이지 어려워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서술형 문제의 정답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 
핵심 정리 위주의 참고서, 문제만 가득 담긴 문제집만 가지고 공부하는 데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신이 외운 짧막한 핵심 내용들을 긴 글로 바꾸어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문장으로 연결해 써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한 것이죠~

하지만 교과서를 많이 읽으며 이미 긴 글로 설명된 내용을 익힌 아이들은 문제에 대한 답을 긴 글로 표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읽었던 내용, 봤던 것을 떠올려 비슷하게 적으면 되니까요~

글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아이는 글을 잘 쓸 수 없습니다. 너무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글을 쉽게,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어 보아야 합니다.
교과 내용처럼 지식적이고 개념적인 내용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교과서를 많이 읽을수록 서술형 / 논술형 시험은 더 쉬워진답니다 * 

오늘 우리 아이의 가방과 책상을 한 번 살펴보세요~
교과서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는 건 아닌지요.
교과서를 가까이하는 아이가 더 좋은 능력을 갖출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