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비영어권인 이곳에서 벌써 10년입니다.

 외로운거 말고는 잘 적응해서 지내고 있는데, 아이가 커가니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습니다.

 상황을 설명드리자면 만 11살 아이는 4개국어를 합니다. 한국어, 영어, 현지어, 현지 학교의 제2 외국어까지.

 제 2외국어는 빼놓고 3개 국어는 능통하나 모국어라고 하기엔 2% 어쩌면 그보다 좀 더 부족합니다.

  먼저 우리말을 배웠죠. 유치원 입학 전까지 제가 옆에 끼고 말 많이 하고 책 많이 읽어주었습니다.

 당시 영어 조기 교육 붐이 일던 시기여서 영어 동화책도 읽어주고 동요도 많이 불렀어요.

 그리고 현지 보모를 매일 몇 시간씩 같이 놀게 했습니다.

 만 5살에 현지 유치원에 입학했어요. 초기 적응 시기에 한동안 한국말을 더듬는 장애를 보였죠. 

 유치원 다니는 동안에도 보모가 매일 책 읽어주었어요.

 저랑은 한국말만 하고, 제가 한국책 읽어주었어요. 따로 학습은 시키지 않고 많이 놀았어요.

 여행다니고 수영장 가고 자전거 많이 탔어요. 

 유치원 2년 째는 현지어가 유창해졌죠.

  만 7살 국제 학교에 입학해요.

 현지어가 능통해졌다는 판단이 들었고, 영어도 제대로 익히려면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3년 다녔는데, 공부보다는 좋은 친구들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잘 놀았습니다.

 이때도 보모가 현지어로 책 읽어주었어요.

 피아노 레슨 시작해서 매일 연습하고, 콘서트 하고, 수영 대회 참가하고. 예체능으로 바쁘게 보냈습니다.

 한국어 공부도 저랑 틈틈히 했습니다.

  그러다 초등 4학년때 현지 사립학교로 전학 시켰어요.

국제 학교 수준이 미덥지 못했고, 이곳 특목중,고 나와서 미국, 영국의 최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꽤 있었기에 차라리 검증된 현지 사립 학교가 교육면에서 낫다고 판단을 했죠.

해외 명문 대학 진학률로만 보면 국제 학교보다 현지 특목고가 낫습니다.

 국제 학교와는 다른 분위기라 처음엔 힘들었는데, 잘 적응해주었고 아이 노력으로 성적도 우수합니다.

 교우 관계도 좋고, 꾸준히 해온 예체능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구요.

 영어도 틈틈히 하고, 한국어 공부는 늘상 생각만 하고 있네요.

 여름 방학동안 한국 학교 수업 청강을 작년부터 하고 있어요.

 아이는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영수가 아닌 국어 과외 받아요.

 고민은 이제부터입니다.

 대학을 한국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특례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고 언어 때문에 들어가서도 쉽지 않겠죠.

 이제 초등 6학년 올라가는데, 현지 학교에서 잘 하려고하니 한국어 할 시간이 없어요. 영어도 수준 이상 잘 해야하고 이젠 수학에도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다시 국제 학교로 전학을 하려고요.

 현지어 하나 제대로 건졌다 생각하고, 국제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현지 학교 다닐때 처럼 따로 영어에 시간 할애 하지 않아도 되고, 한국어 공부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대학을 해외로 간다면 차라리 쉬워요.

현지 특목고가 대학 진학율도 좋으니, 현지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면 우리말 다 잊어버리죠. 게다가 대학까지 해외로 가면 한국인으로서 뿌리가 없잖아요.

 제 판단이 옳은 것일까요?  현실적인가요?

 저학년 때는 3개국어 다 잘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고학년되니 힘드네요.

 억지로 지금껏 끌고 왔는데, 이것이 잘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지금처럼 현지 학교 다니면서, 영어 꾸준히 하면서, 방학에는 한국 가고 .. 하던대로 할지,

 아니면 국제 학교로 옮길지..

 참고로 아이는 한국어로 말하고, 읽고, 쓰고 다 합니다.

  외국 살면서 시간적 여유가 많아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삶을 산다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왜 꼭 아이를 한국에 보내려고 하는지..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 욕심인건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른 학부모님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조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