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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인 아들이 한글을 점점 잊어버리는 것 같아 한글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남아공에서 산 시간이 더 많은데도 아들은 영어보다는 한글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한국책 읽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도 한국인이니 한국어도 5학년 수준의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한글학교에 다니기로 아들과 결정을 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6학년 국어와 수학을 담당해줄 교사를 구한다는 말에 수학교사 자격증을 썩히고 있는 게 아까워 저는 한글학교 교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주말이면 아들과 한글 학교에 갑니다.

남아공 한글 학교는 남아공 한인교회 안에 작은 건물을 지어 학교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1회,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서 1시까지 수업을 합니다. 아직은 학생수도 작고 교사진도 부족하여 한국의 교과서대로 모두를 하지는 못합니다. 각 학년 국어와 수학, 1, 2, 3학년은 미술, 4, 5, 6학년은 한문 중학생은 국사를 합니다. 공립학교 일정을 따라 4학기제로 운영을 합니다.

지역적으로 매우 먼 곳이라 교과서가 한국처럼 학기가 시작하는 때 제때 오지도 않고, 참고서,  문제집등도 구할 수 없습니다. 간혹 한국을 오가는 분들께 인편으로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몇 주 전엔 한국에서 교육관련 국회의원이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글학교엔 들르지도 않고, 그 많은 인원이 오면서 몇 권의 유치원관련 책을 기증이라는 이름으로 주고 간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대부분 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한글학습은, 저희처럼 오지의 나라에서는 매우 열악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항상 지원을 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 빅토리아 폭포 같은 곳을 구경갈 돈에서 일부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서를 사서 기증해 준다면 현지에선 큰 도움이 되는데 책임감없는 그런 행동들을 봤을 때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불평이 많아졌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냈던 저로서도 한글학교에 보내고 난 뒤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재가 없는 대신 인터넷으로 많은 공부를 하고 자료를 구해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좀더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사이버 대학에 등록해 공부를 하시는 교사분도 계시고요. 얼마나 열정적으로 아이들에게 헌신하는지... 제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돈이 많아 한글학교에 필요한 교재를 사서 우편으로 받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아공 한글학교에 좋은 교재와 문제집을 보내주실분 안계신가요? 라고 광고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ㅎㅎ 

하여튼...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차분해진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뿌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