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딸아이 중학교에 가고 처음으로 학부모 상담을 다녀 왔습니다..
초등학교 땐 담임 선생님 한 분만 만나면 되서 부담이 적었지만
과목별 선생님 면담을 하려니 부담 백배입니다..
영어권이 아닌 부모들을 배려해서 천천히 또박또박 말씀해 주시니
그나마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정말이지 아랍방송 십 년 들어도 아랍어가 들리지 않듯이
학교 컨퍼런스만 몇년 째인데 영어가 이리 안되니
학교에만 다녀오면 머리가 핑돕니다..
왕년에는 학력고사 영어 만점이었는데 ㅠㅠ
언어란 칼과 같아서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슬고 만다는 것에 공감백배입니다..

그 안되는 영어로 영어 선생님께 모국어가 유창해야 하느냐
영어가 먼저이냐라고 질문했더니 우문에 현답주십니다..
조화를 이루는게 좋을 것 같다고..

수학 선생님께는 우리 아이는 아주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모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인내심있게 푸는데 중간에 도와 줘야하느냐
스스로 해결하는게 좋으냐 했더니 인상적인 질문을 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해결할 수있는 힌트를 수준을 달리해서 세 개까지 줘보고 못 풀면 같이 풀어 보라 하십니다..

역사 선생님께서는 중학교 1~2학년 과정이 너무 영국역사라고 하시고
3학년 과정에 한국전쟁에 대해서 배운다고 합니다..어떤 관점으로 지도하시는지
알고 싶다고 하니 유엔의 국제적인 도움이 중심이라십니다..

태국어는 제2외국어 대신 선택한 과목으로 외국인은 수강할 수 없고
의무적으로 태국국적인 학생만 수강합니다..딸아이의 태국어 실력은 현지인 보다 살짝 낫습니다..
성조나 철자법 물어오는 아이들 있습니다..그래서 수강 가능하다는 통보 받았습니다..
주변에서 미국 월가의 부자들은 이세들에게 중국어 가르치는게 대세인데
태국어를 배워서 뭐하느냐 태국에서 직장 생활 할 거냐라고 하시며 중국어를 권하시는데
가족회의 결과 태국어로 결정했습니다..이유는 (가족)내부 보안상 밝힐 수 없습니다.ㅎㅎ

태국어 선생님 나름 유창한 제 태국어 질문에 웃기만 하십니다..
왜 웃으시냐니 발음이 귀엽다고 하십니다..
유일한 외국인인 딸아이.. 네 그룹 중 탑 그룹이고 어떨 때 다른 아이들
모르는 문제 맞춘다며 칭찬하십니다.

담임 선생님은 자기는 영어외에 아무 언어 구사할 줄 모른다며
편하게 이야기하라 하셔서 넘 편하게 수다 떨다 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교육의 삼박자가 떠오릅니다..
지금까지는 치맛바람에 바짓바람 일으키는 부모들 사이에서 역으로 학교에 번질나게 드나 들지 않아도
실력으로 인정받게 하자며 일부러 학교에 안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교사의 의도와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 ,학생의 노력이 맞아 떨어져야 원하는 목표에 이르기
쉽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 쉽고 당연한 것이 이제야 피부로 느껴지니 철들자 죽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