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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는 부모에게 자녀 교육만큼 관심 가는 일은 많지 않을 거예요.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학군이고요.

할 놈은 어디서든 한다고 하지만 그건 할 놈들 이야기일 뿐 우리 집 자유로운 영혼과는 36만 광년쯤 떨어진 이야기잖아요. 내가 낳은 아이인데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으니까요. 오늘도 김밥부인 속 터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물론, 학군지라고 해서 다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에요. 할 놈은 어디서든 하듯이 안 할 놈은 어디서든 안 하니까요. 그래서 내 아이의 공부 그릇을 먼저 확인해야 해요. 학군지는 공부 잘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이미 잘하는 애가 더 잘하러 갈 때 효과가 큰 곳이거든요. 자칫하면 바닥 깔다 자존감만 떨어져 되돌아 나올 수도 있어요. 대입에서는 내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학군지로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고요.

그래서 학군지로 이사 가도 될지 고민스러울 때는 해당 지역 학원에 가서 미리 레벨 테스트를 받아보는 게 좋아요. 인터넷에 보면 ‘저희 애가 대치동에 가도 잘 버틸 수 있을까요?’라는 식의 질문이 많은데 막연하게 물어보는 것보다 학원에서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해요. 아무 준비 없이 학군지로 이사 왔다가 학원에도 못 들어가면 진짜 난감해지거든요. 

물론, 대치동에도 돈만 내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 학원이든 상관없다면 학원은 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럴 거면 굳이 비싼 돈 들여 대치동으로 이사한 의미가 크게 줄어들어요. 

학군이라고 하면 공부만 떠올리시는 분도 많아요. 학군지는 입시에 미친 몰지각한 부모들이 애들을 잠도 안 재워가며 어릴 때부터 학원 뺑뺑이 돌리는 미친 동네라면서요. 그래서 애들 인성도 안 좋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요. 공부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라면서요.

하지만 실제 학군지 부모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달라요. 아이 공부 때문에 학군지로 이사 오신 분도 있지만, 안전한 환경을 찾아 학군지로 오신 분도 많거든요. 험한 동네에서 학군지로 이사 온 후 가장 먼저 느끼는 점이 애들이 순하다는 거예요. 

학군지에도 사고 치는 아이들은 있지만 사고의 종류나 깊이와 빈도 등이 큰 차이를 보여요. ‘맵지 않다’가 아니라 ‘더 맵다’와 ‘덜 맵다’의 차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학군지는 상업지와 거주지가 분리된 곳이 많아 아이들이 유흥에 노출될 일도 적어요. 그래서 학군지를 아이 키우기 안전한 환경이라며 좋아하는 분도 많아요. 특히, 딸 키우는 분들이 더 좋아하시지요. 

학군지 학원가는 아이 데리러 온 부모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서 늦은 밤에도 별로 위험하지 않아요. 한겨울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학원이나 독서실 앞에 가면 긴 패딩코트를 입고 핸드폰 쳐다보며 아이 기다리는 아빠들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학군지 아빠들은 스마트폰 게임도 잘하고 스포츠에도 정통하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어요.

대치동에서는 아이들 시험 기간에 길가에 내놓은 가게 스피커 볼륨도 줄여주고, 인테리어 공사도 자제할 정도로 온 주민이 아이들을 배려해줘요. 너무 극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배려 속에 자란 아이들이 배려를 배워요. 아무리 대치동이라도 그렇게까지 할까 싶으시죠? 그 어려운 걸 해내지 말입니다. 안 믿으실 분들을 위해 증거 사진을 가져왔어요.

아이가 어린 유초등 부모님 중에는 학군이 상관없다는 분이 많아요. 아직은 아이를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공부도 얼마든지 가르쳐줄 수 있고요. 30대의 젊은 패기도 한몫하지요. 그래서 학벌 좋은 30대 유초등 부모, 그중에서도 개천용이거나 뒤늦게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한 아빠들이 학군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 다 필요없다면서요.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를 거치며 중/고등학생이 되면 그분들도 자꾸 학군지로 눈이 가요. 나는 어디든 괜찮은데 아이 엄마가 원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도 대고, 학군이 필요 없다면서 자기 애는 영유를 보내고, 좋은 학원 찾아 라이딩 하기도 해요. 사교육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명해진 모 정신과 의사도 자기 애는 대치동으로 라이드하며 영재학교에 보냈을 정도니까요.

아이를 험한 동네에서 키운다고 나쁜 부모도 아니고 험한 동네에서 자란다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절대로 아니에요. 학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의지니까요. 

하지만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의지가 똑같다면 어떨까요? ‘나는 환경 안 좋은 동네에서 자랐어도 공부만 잘했다’라는 분도 계시고, ‘우리 애는 안 좋은 학교를 다녔어도 명문대 나와서 좋은 회사 잘 다니고 있다’라는 분도 계세요. 정말 훌륭한 분들이세요. 자식 교육도 정말 잘하셨고요. 그런데 그분들도 환경이 더 좋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더 쉽고 빠르게 성공하셨을 거예요.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환경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 평범한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환경 좋은 곳으로 옮기지 못해도 그 동네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받는지 알아보고 내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변화되는 다양한 교육환경이 학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함께 알아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봐요. 환경에 지배 당하지 않으려면 환경을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내용이 길어져서 2편으로 이어집니다.

연관글 : 2편 보기 (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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