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우리는 입시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불편해진다.
입시라는 단어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입시라고 하면 경쟁이나 사교육이나 치열함 등등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입시가 끝나기까지
입시란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아이가 어린 유아맘들이라면 입시는 자신과 먼 미래라고
머리 속에서 치워놓을 수 있기는 하다.
아니면 입시는 어차피 공부를 잘하는 게 기본이고
대학갈 때 되서 결정하면 되는 거지 크게 신경쓸 거 뭐 있어?
라며 막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나 입시 얘기가 나오면
또 주변에서 명문대를 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왠지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지는 건
참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관심 있는 분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능에서 제2외국어를 보고 또 대학에 따라서는(서울대)
제2외국어나 한문을 필수선택으로 하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것도 유아들에게 중국어나 한자를 가르치는 것도
단순히 교양을 위해서나 글로벌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미래 입시를 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실제는 어떨까?

한번쯤은 들어본 얘기겠지만 실제로 수험생들은
전국 고교에서 가르치는 학교가 없는 아랍어를 선택하고
그 숫자가 5만 정도에 이른다는 얘기가 있다.

아마 유아맘, 아직 입시가 멀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왜 그런 꼼수를 쓰지?
그래 역시 미리 중국어 공부하기를 잘하는 것 같아.
그 때 우리 아이는 중국어를 선택하겠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입시 관련 기사를 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2018년 올해 인문계 만점자들이 선택한 제2외국어가
10명의 만점자중 7명이 아랍어를 선택했고
나머지 3명은 스페인어, 프랑스어, 한문이었다.
그 흔한 중국어는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수능 만점자라고 하면 진짜 극 상위권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단순한 꼼수로 아랍어를 선택했을까?
이 아이들이 중국어나 다른 외국어를 못해서 아랍어를 선택했을까?
어쩌면 그래서 만점 받은 거 아냐? 라고 할 지 모르지만
원래 못하던 아이가 아랍어란 꼼수로 극적으로 올린 게 아니란 것이다.

왜 아랍어가 대두되었는지 배경을 생각하면
이런 선택이 이해가 된다.

수능은 상대평가로 등급을 매긴다.
그래서 다른 제2외국어는 외고아이들이 상위권을 잡고 있어서
다른 학교 아이들이 1등급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무도 배우지 않는 아랍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불공정함에 대한 수험생들의 공정한 자국책이었을지도 모른다.
수능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모두가 어려운 아랍어는 찍기만 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서
몇년간 꾸준히 많은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이제는 진짜로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물론 향후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가 된다면 이런 선택은 바뀌리라 생각된다.

그럼 만점자 10명 중에 아랍어가 아닌 다른 제2외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은 누구였을까?
스페인어를 선택한 학생은 민사고 학생이었고
프랑스어를 선택한 학생은 외고 학생이었다.

나머지 일반고 학생 중에 유일한 한명이 선택한 것은 한문이었고
나머지 7명이 아랍어였다.

물론 아랍어를 선택한 것이 옳다, 그르다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입시는 전략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때문이다.

현재 유아들에게 많은 유치원에서 영어 다음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또 유아 중국어 프로그램도 정말 많다.
앞으로 영어 다음 전망이 밝은 언어는 중국어라는 말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고3들이 수능에서 선택하는 제2외국어와의 간극은 무엇일까.
순진함과 전략의 차이일까.
아니면 앞으로 아랍어가 진짜 전망이 밝아지는 걸까.

지금 유아들이 배우는 중국어가 과연 언제 어떻게 빛을 발하지는 나도 궁금하다.
아니면 아직 순진한 유아맘들의 자기 만족의 선택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