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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친아 엄마 되기 >>> (4) 

이 글은 연재 글이며 첫회부터 내용이 연결되므로 첫회부터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 엄마표 공부 시키기 >>>>

 

<엄마표 교육>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부모님은 엄마표(혹은 아빠표) 교육을 하고 계시거나 또는 하려고 하시는 분입니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에게 엄마아빠표 교육을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말을 익히고 생각을 익히고 행동양식을 익힙니다. 여느 부모나 그 과정에서의 자기들의 역할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아빠표교육(이하 “엄마표”라고 하겠습니다)을 하는 가정과 하지 않는 가정으로 부모 스스로 구분을 합니다. 이것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감으로써 교육의 주체가 부모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변경된 것이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다 학교에 다니는 탓이라서인지 엄마들은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공부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공부에 대하여, 엄마가 직접 가르치거나 통제를 할 경우는 엄마표교육이라고 하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할 경우는 엄마표라고 하지 않습니다. 공부의 단계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인식은 상당히 잘못된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해드린 바와 같이 공부단계는 “입력-기억화-활용”입니다. 학교 수업이나 학원수업 과외수업은 입력수단의 하나입니다. 입력(접하여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보고 듣는 것인데, 공부하는 아이는 수업시간에 보고 듣는 것 이전에 자기가 교재를 보고 들음으로써 필요한 입력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예습을 할 때 그와 같이 하므로 학교수업이 입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학원수업도 입력의 한 형태인 수업일 뿐이어서 학교수업이나 학원수업을 받았다 해도 공부단계는 기억화와 활용 단계가 남아 있게 되며 이 두 단계가 공부 전체에서 차지는 비중은 입력보다 훨씬 큽니다. 관리 사이클로 볼 때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계획단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무슨 일이든 간에 제대로 된 계획이든 주먹구구든 계획을 한 다음에 실행을 합니다). 학원에 가는 것은 학원에 간다는 계획이 있기에 시행하는 것인데, 이 계획에 부모는 어떤 식으로든 참여를 합니다. 결국 학원 보내기는 부모가 선택한 교육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엄마표교육의 일부분인 것입니다.

 

입력수단은 이미 학교수업만으로도 충분히 구비되어 실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보완 조치인 학원 수업받기까지 과다하게-말하자면 지나치게 열성적으로 공부에 투자를 합니다. 그렇다면 입력의 뒷단계이며 훨씬 중요한 기억화와 활용단계에 대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엄마표 교육의 핵심은 기억화와 활용단계에 대한 것 이어야 합니다. 학교나 학원 어디에서도 이 부분을 맡아 주지 않으니 아이 양육의 책임이 있는 엄마가 반드시 맡아서 해야 할 의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 부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이, 이미 충분한 수업을 더 받게 하는 데에 노력과 돈을 들이죠.

 

돈을 쓸 형편이 되지 않거나 아이가 학원과외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엄마표 수업 (엄마표 가르치기)”을 합니다. 마치 공부단계는 오로지 “입력”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너는 입력외의 공부단계를 네 아이에게 있게 하지 말라”라고 돌판에 새겨진 계명을 받기라도 한 듯이 말이죠.

 

(우리 아이는 집에서 엄마표로 가르치고 있어요. 수학을 어려워 하는 데 학원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아서요.) -- (아이가 학교에 안 다니나요? 아니면 수학 책을 읽지 못하나요? )--(문제를 못 풀어요)--(문제풀이를 못한다면 아직 풀이 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인데, 풀이 능력은 풀이법을 가르친다고 생기는 게 아닐 텐데요. 어머님은 능력전달자이신가 봐요?)---(........)

아이들은 유년기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통하여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준비를 합니다. 고등학교 과정은 준비를 마무리하여 선택을 하는 단계이며 대학은 준비과정이 아니라 이미 탑승한 은하철도 999입니다. 준비시간은 아주 짧지만 이후의 아주 긴 시간 동안의 삶의 질은 이 준비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부와 관련하여 볼 때 초등 중학교 시절은 준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현행 입시제도하에서는 중학교 때까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면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판세를 뒤집기가 아주 힘듭니다. 이 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미 나중은 없는 것입니다. 이때까지 준비를 시켜주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기르지 않은 것과 같으니, 요즘 매스컴에 등장하는 자녀 학대사범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학대 감금 생활 중에 먹지 못하여 왜소한 몸이 된 아이나 능력을 길러주지 않아 빈약한 학습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나 다를 게 없다는 말입니다.

 

못 먹어서 야윈 아이는 병원에서 관리받기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능력이 쭉정이가 된 아이는 몇 년을 노력해도 회복하기가 어렵고 때가 지나 손을 못쓰게 됩니다. 능력 갖추기는 두뇌 발달시키기인데, 두뇌 발달은 “적기(適期)”가 있으며 그 “알맞은 시기”는 나중이 아니라 지나간 어제와 지금 지나가고 있는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음”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중요 능력입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은 지금 성적이 아무리 낮다 해도 공부법만 익히면 기적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 좋고 환경 좋은 학생이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는 학생은 막상 공부를 하려고 하면 공부를 시작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되었으니 결국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잘 하게 될 거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는 사람 좋은 부모님들의 착각은 “아이에게 아무 것도 시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기 시작하고 몸에 배어 간다는 것입니다. 나중에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라면 아주 좋지 않은 습관을 들여 주는 아주 좋지 않은 부모를 만난 것이지요. 그러니 부모는 아이의 공부를 위하여 무엇인가 쓸모가 있는 것을 해야만 합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무엇을 하게 하든 아이는 결과를 보입니다.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는 “공부를 싫어하게” 키운 결과이며,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는 “공부를 하지 않게” 키운 결과이며, 도대체 뭘 하려고 하지 않는 아이는 “뭘 하려고 하지 않게” 키운 결과입니다.

 

혼자 공부할 수 있게 키우면 혼자 공부할 수 있게 되고, 누군가가 읽어 주고 설명해 줘야만 공부할 수 있게 키우면 그런 아이가 됩니다. 혼자 할 수 없는 아이로 키웠으면 끝까지 계속 도와주어야 하는 데 갈수록 감당이 안 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결국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문제가 되곤 합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세 번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세 번의 이사는 맹자 어니의 엄마표교육 방법입니다. 즉, 공부환경 갖추어 주기는 역사적으로 칭송받는 탁월한 엄마표 공부시키기인 것입니다. 어린 맹자는 시장통으로 공동묘지로 놀러 다녔지만, 우리 아이는 집에서 학교까지 아이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썰렁한 도로를 잠깐 걷거나 짧은 버스 통학을 할 뿐이며 집에 돌아오면 스무 평 조금 넘는 집안이 온 세상인 탓에 오늘날의 엄마들은 맹모처럼 이사를 가지 않아도 충분히 환경을 입맛에 맞게 꾸며 줄 수 있습니다. 맹자엄마에 비해 자식사랑과 교육열이 몇 배나 넘치고 넘치는 우리네 엄마들이니 소홀하게 할 리가 없지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 후부터 거주공간은 부부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 인간을 멋들어지게 길러내는 양육공간으로 바뀝니다. 맹모삼천지교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의 공부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아이가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학교친구와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어느 아이에게나 같은 경우라서 아이에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가 특별하게 어울리는 사람-인적환경은 우리 아이의 “부모”인 “우리”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이 특별한 환경이 아이에게 남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맹모처럼 이사 다닐 일 없이 부모가 그 환경으로 변화해버리면 되는 세상이니 세상 정말 좋아진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절실하게 원하는 우리 부모들은 우리 아이에게 최적의 “환경”이어야만 합니다.

 

어린 아이에게 생일선물로 스마트 폰을 사 주었다면 아주 장기적으로 독한 매연을 내 뿜는 굴뚝 입구에 아이의 공부방을 차려 준 것과 같습니다. 맹자에게 시장통 거렁뱅이나 장의사 집 아이들을 붙여준 것보다 몇 백배 도움 안 되는 친구를 강력 본드로 붙여준 것과 같으니 선물이 아니라 저주를 가한 것과 같죠. 외삼촌이 뿌듯한 얼굴로 아이에게 게임기를 선물하거나 미치게 재미있는 게임앱을 선물했다면 아이의 일생에 거의 원자폭탄 폭격을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저 인간이 우리 집하고 원수를 졌나? 왜 우리 아이를 망가뜨리려고 애를 쓰지??? ( 학교에서 너를 못살게 하는 아이가 있어서 갚아주고 싶어? 그럼 네 닌텐도를 그 애에게 선물해, 그 보다 큰 앙갚음은 하기 힘들 거야. 그랬더니 진짜로 외삼촌이 사준 닌텐도를 그 아이에게 주고 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몹시 통쾌해 하면서요. 이번 입시에서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이에게 스마폰을 사주고 단지 사용시간만을 통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pc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은 맘껏 하되 월~금요일은 pc를 잠가두는 것과 비슷한 방식인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아시겠지만 보고 있지 않을 때에 그리운 마음이 사무쳐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짝사랑이 제대로 사귀는 경우보다 훨씬 심력의 소모가 많습니다. 아이가 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애초에 안 되지만(통제할 이유도 없을 것), 아이가 그것을 좋아 하고 하고 싶어 하는 데(그래서 통제하게 된 것) 하지 못하게 한다면 하지 못하는 동안은 사모의 정이 넘쳐서 마음이 다 소진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머릿속으로 게임을 하게 되니 오히려 폐해가 심해지는 것입니다.

 

아직 스마트 폰을 준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면 맹모의 결행을 본 받아 격리조치를 할 일입니다. 차근차근 설득해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내 놓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과 그 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부모님이 진정으로 잘 얘기하면 쉽게 설득됩니다.(표정연기가 영화배우급이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대가를 대신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공부를 시킬 거라면 스마트 폰은 빨리 멀어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스마트 폰을 장난감으로 지급하거나 또는 아이가 천방지축 뛰어 다니는 것을 진정시키려고 잠깐 스마트폰을 빌려 줌으로서 맛을 알게 하고(중이 고기 맛을 알게 되면 절에 빈대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요) 서서히 중독 시키는 부모님들은 본인들이 기꺼이 선택하신 것이니 걱정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에 부모님이 많이 벌어서(아이의 배우자와 그들의 자녀들까지 풍요를 누릴 수 있을 만큼) 물려주실 일만 남은 거지요. 설마 어른도 참기 힘든 재미있는 놀이의 참음과 어른도 극복하기 어려운 중독증을 아이더러 참거나 극복하라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누구나 다 갖고 있어서 다른 아이들하고 어울리려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별로 어울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이가 진심 원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갖고 있으니 자기도 갖고 싶어서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이를 망치는 독약 같은 것이라면 선뜻 줄 일은 아니지요. 준다 해도 기능을 제한하고 앱설치에 대해서도 약속을 해두고 카톡은 아예 설치하지 않는 등- 그러니까 폴더폰으로 결정을 하는 겁니다. 아이가 보챈다고 독약을 줄 수는 없지 않나요? 아이와 학교에서 공지사항을 카톡으로 보낸다구요? 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스마트폰이 없습니다. 일반 문자로 보내 주세요라고 학기 초 학부모 면담 때 말해두면 됩니다. 매 학기마다 말하는 게 귀찮으면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면 온 학교에 같게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면 하지 않게 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아이의 호불호에 따를 일이 아니라 하도록 또는 일단 해 보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가 시장아이들과 즐겁게 놀더라도, 공동묘지에서 장의 흉내를 내며 즐겁게 놀더라도 아이가 좋아하니 밀어주자 하지 않고 아이에게 해악이 된다고 판단되자 과감하게 터전을 옮겼기에 맹모삼천지교라는 엄마표 교육의 사표로서 역사적 인물이 된 것입니다.

 

싫거나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아보듯 한 아이는 나중에 어려워 보이는 문제나 복잡하게 느껴지는 문제는 손을 대지 않으려 하고 조금 복잡하다 싶으면 외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특히 수학문제풀이에서). 따라서 어릴 때에 아이가 싫어한다고 해서 그래 하지 않아도 돼 하거나 대신 해주지 말고 필요한 것이라면 억지로라도 해 보도록 해야 합니다. 강요하지 말고 설득을 해서 하게 합니다. 어렸을 때 설득의 수고를 하지 않은 부모들은 아이가 커가면서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여서 큰 고난을 겪게 됩니다. 아무리 말해도 공부를 안 하는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부모가 하는 말 한마디, 하나의 몸짓, 아이에게 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아이의 “교육환경”이며 엄마표 교육의 내용인 것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은 지금은 아이를 기쁘게 하지만 장래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것-순간의 즐거움을 주는 마약을 주는 것과 같은- 이 아니라 지금은 질퍽대고 차갑지만 한철 내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토양과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아이의 공부를 점검하는 것,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 아이가 문제풀이 한 것을 채점하는 것,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시험지를 확인하는 것,.... 모두 엄마가 아이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엄마표 교육의 각기 다른 모습들인 것입니다. 아이의 공부방 정리, 아침밥 저녁밥 메뉴, 오늘 숙제 다 했니? 라고 묻는 것, 학원 갔다 오느라고 수고 많았어, 오늘 시험 잘 보고 와라는 격려, 공부 좀 하라는 짜증도 엄마표 교육의 구체적인 실행입니다. 공부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도, 아예 무관심한 것도,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해 하는 것도 부부싸움을 보여 주는 것 또한 엄마표 교육입니다. 모든 행위는 목적(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든다)에 대하여 타당성을 갖고 있어야만 합니다.

 

공부 단계에서 입력에 대한 엄마표 교육은 아이가 스스로 읽고 들어서 알게 하는 것, 학원에 보내서 수업을 받게 하는 것, 과외를 시켜 주는 것,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 중에서 특별하게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경우만을 엄마표 교육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은 생각을 교정하셔야 합니다. 명확하게 구분 표현함으로써 더 나은 공부시키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엄마표 가르치기, 학원표 가르치기, 과외표 가르치기라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가르치기는 이미 넘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더 확실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요. 최소한 돈을 들여서 가르치거나 엄마까지 나서서 가르칠 생각은 좀 덜하게 되지 않을까요?

 

 

 

<엄마표 공부 시키기>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해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의 능력 특히 학습능력을 길러주기 위하여 많은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되기를”이죠.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필요한 것을 알고 그 것을 능숙하고 완벽하게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알기 위해서는 “접하여 받아들이고 이해(배우기)”해야 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알아야 할 것들은 교과과정의 내용인데, 이것들은 자기가 직접 교재를 읽거나 수업을 통하여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됩니다.

 

초등 6년에게 초등 6년 교과서는, 고등 1학년생에게 고등 1학년 교과서서는 읽기만 하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혼자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학교에서 수업까지 받고 있으니 학교 공부를 잘하기 위한 “알기”는 지나치다고 할 만큼 넘칩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원인이 “알기(배우기)”의 부족에 있다면 뭔가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보통수준이상의 아이는 절대로 “알기”에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것입니다.

 

정말로 아이가 몰라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지금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 아이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경우일 것입니다. 문제 원인은 “이해력”에 있는 것이죠. 이해력은 수업을 통하여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애 쓸 때에 늘어나는 것임은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지나친 수업은 오히려 이해력 증진을 방해합니다. (학교 수업만으로 이미 충분하니 학교 수업이 아닌 모든 수업은 ?학원이든 과외든 엄마표든- 모두 지나친 것이죠.)

 

좋은 과외선생님, 좋은 학원강사, 좋은 학교선생님은 이해가 잘 가게, 귀에 속쏙 들어오게 설명을 잘해 주는 선생님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일수록 아이들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덜 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이해력이 덜 길러집니다. (학습내용이 아이의 이해력을 많이 상회하는 경우에 이해 잘 시켜주는 선생님이 큰 도움이 됩니다만, 과도한 선행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이 안 되며, 과도한 선행 역시 해악이니 학원에서는 꼭 필요한 분이겠지만 아이의 공부에는 마냥 좋은 선생님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앞 회에서 설명하였듯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한다면 관리사이클의 단계에 따라 제대로 된 관리를 해야만 합니다. 엄마표 공부시키기의 첫 번째 목표는 “이해력 높이기”입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익히기). 이미 충분한 수업을 받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공부에 관한 어려움과 문제는 바로 익히기에 대한 것입니다. 익히기는 가르치는 수업을 받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이미 설명했듯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익히기가 아닌 수업에 쓸 수 있는 공부시간을 거의 다 써버립니다. 익히기에 쓸 시간이 없는 것이죠. 남들이야 어떻든 우리아이를 엄마표로 공부 시키고자 하는 엄마는 “익히게 하기”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엄마표 공부시키기 또 하나의 목표(핵심적인 목표)는 “능숙하고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익히게 하기”가 되겠습니다.

 

공부는 머리로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권투선수가 손을 부지런히 훈련하듯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머리”를 발달시켜야 합니다. 학교 성적을 높게 받고자 하는 데에는 창의력은 결정적 필요사항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학교 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이미 배운 것을 얼마나 잘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들이지 창의적 재능발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수학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창의력 기르기를 강화한다고 합니다만 학교 시험과 관련해서 아직은 크게 고려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 각 가정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은 몇 년 혹은 수십년 째 똑 같은 내용인 교과내용들을 배우고 그 것의 숙지 활용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부진함에 대한 것이지요. (최근의 수학 교과 내용은 오히려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선천적 영향이든 후천적 영향이든 따질 것 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중에는 머리가 좋은 아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아이는 공부를 쉽게 하고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취를 이룹니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 아이는 공부를 좀 어렵게 하게 되고 같은 성과라면 머리가 좋은 아이에 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적은 머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취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과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머리가 좋습니다. 머리가 좋아서 150점 까지 맞을 수 있는 아이나 보통머리라서 120점이 한계인 아이나 100점만점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요. 즉, 누구나 100점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이해력과 문제 해결력이 증대됩니다. 다만, 이해하려고 애쓰는 공부여야 하며 자기가 직접 문제를 애써 풀어야만 합니다.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입력시간이 줄어들고 공부에 사용되는 메모리도 점점 커져서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공부머리가 좋아 지는 것입니다. 이 머리는 창의력과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공부 잘한다고 iq 지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가 풀 수 있는 문제의 풀이방법을 배워서 알게 됐다고 해서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도 아닙니다. 창의력을 길러주려면 초등학교 정규 과정에서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체로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핵심은 초등 학생 중학생이라도 “공부머리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북이가 토끼를 제치려면 더 빠른 토끼가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당연하게 엄마표 공부시키기의 목표는 “공부머리 길러주기”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표 공부시키기에서 가장 나쁜 방법은 “엄마가 가르치는 것”입니다. 가르치기는 엄마표보다 학교표가 낫고 학교표가 정말 미흡한 경우라해도 엄마표보다는 학원표가 더 낫고 학원표 보다는 아이 스스로표(아이가 자력으로 읽어 습득하고 이해하는 것)가 더 나은 방법입니다. 가장 좋은 가르치기는 아이스스로표이며 다음이 학교표입니다.

 

엄마표 교육은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고 습득하게끔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글을 알면 읽게 해야지 읽어주면 읽기 능력이 안 생깁니다. 찾아 볼 줄 알면 찾아보도록 하고, 한번해서 안 되면 스스로 두번 세번 열번 하도록 이끌어 줘야 합니다. 아이가 지쳐하거나 싫증을 내지 않도록 북돋고 토닥거려주고 위로해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 엄마표 교육입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고 하지 말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봐,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모르면 찾는 법을 물어 봐, 찾은 내용에 모르는 게 나오면 또 찾는 거야, 공부는 은하철도 구구구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거와 같아(주인공은 정차하는 별마다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없지요). 그렇게 했는데도 정 모르겠으면 그 때에 물어보는 거야...

 

이것은 무조건 질문을 차단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때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즉시 묻도록 해야 합니다. 강의를 듣다가 강의 내용이 이해가 안가는 경우, 길을 걷다가 보게 된 현상에 대한 것.. 등은 그 때에 이해하지 않으면 다음에 그 상황을 다시 겪기가 어려워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러나 교재나 인강내용, 신문기사의 단어, 단순한 의문, 관찰하거나 접한 현상에 대한 의문 등에 대하여 쉽게 묻게 하는 것은 학습을 저해하고 잘못된 학습습관을 길러 줄 뿐입니다.

쉽게 묻는 것을 다스려야 할 일인데 오히려 엄마가 알려 주지 못해서 안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이해력을 갖추게 되는 것을 겁내는 것처럼 합니다. (과외는 가르치는 엄마표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과외선생님은 수업료를 받았으니 많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고, 아이는 이해하기가 조금만 어려워도 과외선생님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안 하게 되며, 엄마는 과외 선생님이 친절하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과외쌤을 바꿔치기할 태세로 임합니다.)

 

꼭 남이 가르치기로 하자면 엄마보다는 과외나 학원이 훨씬 낫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을 초등학교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칠 엄마는 드뭅니다. (원리를 설명할 수준에 있지 않고 문제풀이 요령만 아는 엄마가 가르치는 것은 이해력 배양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되려 아이를 망치는 일입니다.) 학원이나 과외쌤이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의 이해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수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 데,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해력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누구 도움 없이 이해하려고 애쓸 때에 늘어가는 것이니까요.

 

바로 바로 알려주는 식의 공부 돕기는 머리가 좀 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해정도가 높아서 쉽게 받아들여 자기화하므로 폐단이 두드러지지 않고 마치 엄마가 알려주는 게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여 집니다.

보통의 아이는 알려 준 것들을 기계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착한 우리의 아이들은 열심히 노력하여 그 것들을 많이 기억하게 되고 엄마는 자기의 알려 줌이 효과가 있다고 여기고 바로 이거야 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합니다. 그 와중에서 아이의 이해력과 습득능력은 좀체 길러지지가 않습니다.

 

문제 풀이는 문제풀이법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풀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풀이 공부야 말로 가르칠 일이 전혀 없습니다. 많이 알면 잘 풀 수 있는 경우는 암기과목에 한정됩니다. 수학, 국어 문학, 국어 독서, 영어독해, 영어 듣기 등은 누가 알려 준다고 해서 능력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학생이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너무나 많은 엄마들이 수학문제풀이 공부를 가르치기로 합니다. 엄마표 가르치기가 안 되면 학원이나 과외를 시켜주면서까지 가르치는 식으로 초지일관이죠.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반 이상이 수포자가 됩니다. 수포자 중에 수학학원이나 수학과외 안 했던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좋은 엄마표공부시키기 방법을 찾기 원하시면 “가르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궁리를 하면 눈앞에 수많은 길이 펼쳐집니다. 학원표든 엄마표든 가르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어떻게 해야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될까를 고심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할 수 있는 엄마표 공부시키기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엄마께서 아이의 학교 시간표를 외우십시오. 아이도 그걸 외우게 합니다.(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시간표는 반드시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외우기는 쉽습니다. 하루에 하루치씩 일주일이면, 그리고, 시간표를 보지 않고 가방을 챙기는 일을 몇 번만 하면 금세 외워집니다). 교과서는 학교에 두지 말고 갖고 다니게 합니다.(중학생 고등학생도 주요과목 교과서는 반드시 갖고 다녀야 합니다. 즉, 학교에 두고 다니지 않는 것).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 것을 곁들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 그날 있었던 일을 현관을 나설 때부터 시작해서 돌아 와 현관에 들어설 때까지 빠짐없이 이야기 하도록 유도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날씨가 어땠어? 하늘 색깔은? 왜 그렇게 느꼈지?..어머 나뭇잎이 그렇게 파랬어?...거리 풍경, 학교 교문 들어갈 때 기분, 누굴 맨 처음 만났지? 그 애의 옷차림이나 특징, 어제와 달라진 점은? 교실 들어갈 때 맨 처음 본 것은? 머리스타일이나 옷차림이 달라진 친구는? 선생님의 옷차림, 첫인사가 뭐였는지?...? 자연스럽게 얘기를 이끌어 내면서 아이의 일상을 살핍니다.

수학수업이라면 오늘 수학은 뭘 공부했더라? 무슨 내용인데? 애들이 재밌어 해? 선생님이 질문한 것은? 누가 대답했으며 대답 내용은? 너는 어떻게 생각했어? 설명은 잘 알아 듣겠고? 그걸 문제풀이에는 어떻게 활용하는 거지? 하면서 수업상황과 배운 내용을 떠 올리게 유도합니다. 대충이 아니라 가능한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상황에서가장 많이 사용해야 할 질문은 초등학교 수학교과서의 단골 질문인 “왜 그렇게 생각해?”입니다.

 

아이가 이 일에 재미를 붙이도록 잘 구슬리고 동기를 줍니다. 맞장구를 쳐주거나 감탄을 하거나 힌트를 줘가면서 이끌어 내도록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너라면 뭐라고 대답할거야? 라는 식의 질문을 자주합니다. 아이가 설명을 잘 못하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떠올려 얘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고 떠올리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엄마가 무척 궁금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 줍니다. 교과 내용에 대한 것을 못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교과서를 꺼내어 확인해 보도록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그림을 그리거나 쓰면서 설명하도록 돕습니다. 절대 욕심을 내면 안 되며, 설명을 잘 못하거나 잘못된 설명을 했을 때에 질책하는 표정을 지어서도 안 됩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무심했던 날씨, 거리모습, 친구들의 변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되고(엄마가 묻는 거니까),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엄마가 물으니까) 이런 식으로 몇 달만 계속하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영화 회상하듯 떠올리며 설명을 하게 됩니다. 유치원 또는 초등 입학 때부터 이렇게 하시면 아이는 학교생활과 수업내용 및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집에 가서 잘 설명하려고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살피게 되어 관찰력이 좋아지고, 말로 설명하다 보니 표현력 좋아지며, 따라서 머리가 발달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문자정보를 회상할 때에 비해 움직이는 영상을 회상할 때에 뇌가 활성 되는 정도는 3000배랍니다).

 

엄마는 아이의 일상생활을 모두 알 수 있어서 아이 기르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이의 교우관계나 따돌림 여부 및 같은 반 아이들의 사정까지 다 알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아이의 성적도 우수해져서 엄마께서 그토록 원하시는 "엄친아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기간에만 이와 같은 엄마표교육을 하면 중학교부터는 걱정할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사교육비 절약은 물론이고 아이의 빛나는 미래를 챙겼으니 로또당첨 보다 수 십배 더한 횡재입니다.

 

우리 아이는 도무지 말을 안해요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또는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도 말을 안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열이면 열 모두 그 땐 말이 너무 많아서 귀찮았지요. 그 때 아이 얘기를 잘 들어 줬더라면 오늘날 공부하라고 닦달할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테고, 아이도 엄마도 그보다 좋을 수 없는 세상일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아이가 어떤 낱말의 뜻을 물어보면 바로 알려 주지 말고 어떤 경우에 쓰는 말인지, 그 때는 어떤 뜻이라고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물어보고, 그 낱말이 사용된 여러 경우를 소개해 준 다음 어떤 뜻으로 사용됐다고 생각하는 지 물어 봅니다. 그 다음에 듯을 알려 주든 지 사전을 찾아보게 하던지 합니다. 가급적이면 사전을 찾아 보게 합니다. 사전에서 찾지 못하는 말은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제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국어사전을 주고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말은 쓰지 않도록 했더니 4학년 때 통신표에 “고운말만 씁니다”라고 써 있었습니다. 3월생이라 반에서 덩치가 큰 편에 속하고 한 주먹 하는 아이였는데도 말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공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도록 언행에 유의합니다. 공부 힘들지? 쉬었다 하렴 하며 때 없이 과일 접시를 내밀거나, 학원 갔다 온 아이를 맞으면서 힘들었지? 수고했어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공부는 힘드는 일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가 힘든 것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애써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공부가 아주 힘든 일이라고 여겨 정말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과일을 먹이고 싶으면 공부 끝나고 줍니다(먹으면서 공부하면 공부효율은 바닥이 됩니다).

 

십몇년간을 하루에도 십몇시간씩 해야 하는 공부인데 힘들다고 인식시킨 탓에 아이들이 내내 고통을 겪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초등 6학년 아이가 그때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해본 일은 공부이며 가장 오랫동안 취했던 자세는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익숙하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공부하는 것이며 앉아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5분을 못 앉아 있는다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재미가 있거나 없거나 한 시간 중에서 45분씩 하루에 5~6시간 앉아있기를 몇 년씩 해온 앉아있기의 달인입니다. 인식시키기 나름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했을 때에 상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나 반대쪽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주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게임을 세 시간 해도 좋아, 피자를 사 줄게, 낮잠을 자도 좋아, 나가서 놀다 와... 이러다 보니 공부는 힘드는 것, 하기 싫은 것, 공부를 했을 때에는 응당 댓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게임이나 낮잠이나 노는 것은 좋은 것, 피자는 특별히 좋은 음식이라는 의식을 은연중에 갖게 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에 대해 뭘 해주고 싶으면 공부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 것으로 해 주세요. 갯벌 놀러가기(갯벌 체험), 바다 여행, 박물관 구경, 전람회나 음악회 가기, 책 사주기, 시골에 계신 할머니한테 다녀오기...(수원 안양 군포 과천 안산 이천 오산 등지에 사시면서 초등 5학년 때 아이와 함께 수원화성에 가보지 않으신 분들은 많이 무심한 겁니다. 지역사회 공부할 때쯤에 아이와 함께 사는 곳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산에 올라가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니 아이는 공부만 하고 사느냐구요? 아닙니다. 게임이나 피자나... 이런 것들을 주고 싶으면 주세요. 다만, 그것들을 공부에 대한 상으로 주지 말고 그냥 사주시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갯벌체험이니...이런 것을 좋아하겠느냐구요? (공부는 아이가 좋아하는 거라서 그렇게 악착스럽게 하라고 한 것?) 놀이처럼 여행처럼 구경처럼 하게 하면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잘 해야 합니다. 이미 공부는 힘드는 것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으면 두고두고 맘 고생하고 두고두고 돈을 들일 수 밖에요.

 

 

(다음에는 엄마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엄마표 수학공부 시키기”에 대하여 쓸 예정입니다. 과목 공부법으로서 수학 공부법은 그 다음입니다. 이 글이 엄마를 대상으로 시작한 글이라서 엄마가 아닌 공부하는 학생에게 필요한 공부법은 나중에 나중에나 쓰게 될 것입니다.

 

엄마가 엄마로서 해야 할 일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에게 알려 줄 공부법에만 관심이 있어서는 아이를 엄친아로 키우기 힘들 것입니다.)

 

이왕 읽으신 분들은, 이 글은 연재 글이며 첫회부터 내용이 연결되므로 첫회부터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더 지루하고 핵심이 모호해지도록 쓰고 싶은 욕구를 많이 누르며 쓰고 있습니다. 지루함을 참으시며 구석구석까지 읽으시는 아주 소수의 몇 분만을 위한 글인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