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아래 글 올렸던 익명이에요. 읽어보신 분들이 너무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다시 왔습니다.

 

공유지수 벌려면 게시판 글쓰기도 필요하고..

무언가 글을 올려보고 싶은데, 익명이 제일 편하더라구요.

저희 부모님 이야기 좀 더 올려보려구요...

 

아직 저희 아이들은 엄마아빠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텔레비젼 보고, 게임도 하고 그래요. 저도 애 아빠도 텔레비젼

게임 좋아합니다. 뉴스도 꼭꼭 챙겨보고요, 아이들과 게임 내기도 해요.

가끔 이놈들이 중독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는데... 그냥 지냅니다. 무책임한가요?

 

제가 입시생 시절에 중국 무협비디오가 대 유행했었는데...

자다말고도 보고싶은 거에요. 그래서 새벽에 몰래 일어나서 한두개씩 보고 잤습니다.

담날 학교에서 졸았죠...

한달만에 담임선생님이 부르시더라구요. 집에 무슨 일 있냐고...ㅎㅎ

 

모의고사 점수가 훅 떨어졌더라구요. 바로 직전에 전국등수가 30등인가 그랬는데,

몇만등 나오더라구요. 기억이 가물가물...

 

다행히? 선생님께서 저희 어머니를 호출하셔서... 내신에 핵폭탄 떨어지기 전에

새벽비디오 관람은 끝이 났습니다. 그 때, 어머니께서는... 절 마구 혼내시기보다는

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보자. 라고 설득하셨어요. 토요일 일요일에 한개씩만 보자...

대학가면 뭐든 실컷 볼 수 있다...(진짜로 입시 끝나고 만화책만 한 100권 사주셨어요)

 

평일날 자율학습때문에 못보는 만화는 엄마가 녹화도 해 주셨어요...

주말에 보면서... 동생들한테 구박도 많이 받았었죠. 저만 만화 좋아했어요...ㅠㅠ

 

인어공주 이후로 디즈니 애니에도 푹 빠져서 미친듯이 봤습니다. 한 오십번까지는 셌는데,

대사 다 외운 이후로는 그냥 봤습니다. 동생들이 오가다가 듣고 대사 다 외웠더라구요.

 

불어가 제 2 외국어였는데... 진짜 싫었어요.

점수는 둘째치고서라도 하기 싫어서 죽겠다고 징징댔더니.. 엄마가 어디서 라붐 비디오를 구해주셨어요.

소피마르소가 너무 예뻐서 정신 놓고 보고 또 봤는데.. 뜻도 모르고 반쯤 외우고 보니까 불어점수가 만점

가까이 나오고 있더라구요.

 

전 그 때 제가 잘나서 이것저것 잘 되고 공부 잘 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울 엄마아빠가 도닦으셨겠더라구요.

 

내 새끼들이... 고등학생 되서... 만화 봐야된다고 야자시간에 하는 만화 녹화해달라고 하고..

(지금은 vod보면 되긴 하겠네요).. 만화책 사게 돈 달라고 하고... 만화영화 보느라 얼빠져 앉아 있으면..

뒷통수를 후려치고 싶지 않을까...

 

물론, 할 때는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되어서 보니까, 할 때 열심히 하는 건 예쁜데,

그거 조금 했다고 퍼져 놀기 시작하면 그건 또 그것대로... 걱정도 되고 거슬리고 그렇더라구요.

 

사실 부모님께 감사한거 잘 모르고 살았어요. 늘 사랑하고 감사드린다고 표현은 하고 살죠.

근데... 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부모님 마음 알게 되더군요.

 

애들이랑 만화도 같이 보고, 게임도 같이 하고요, 책도 같이 보려고 노력해요.

애들 동화 같이 보다가도 제 취향에 안맞는 주인공 나오면, 욕도 좀 같이 하고...

내가 작가면 이렇게 만들겠다 이런 소리도 서로 하고.. (꼭 이상한 내용으로 갑니다.

주인공 괴롭히던 아이가 개똥밟고 넘어지는 내용을 넣겠다! 뭐 이런 식으로...)

 

게임은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서 도저히 같이는 못하겠고... 서로 취향존중하면서 각자

랭킹 관리만 합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요.

그러다보면 한 순간 진지한 이야기도 오갑니다. 오늘 아침에 학교 데려다주면서는 세계 1, 2차대전과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애들 눈높이에 맞춰 낮게 낮게요.

아이들 호기심은 정말 사방으로 뻗어가요. 요듬 영국에 반해 있거든요.

 

좋은 백과사전이 있음 좋을텐데... 제가 쓰던 사전은 너무 오래되서 쓸모가 없고...요즘은 인터넷이

하도 좋아서 그렇게 사전이 안나오는 거 같더라구요. 종이 백과사전 뒤지는 맛이 쏠쏠한데...

 

저희 집은...

미친듯이 공부만 하고 사는 분위기는 아니었었어요. 노는 영역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었어요.

단지, 할 때는 해야만 하는 분위기. 공부 자체가 당연시되는 분위기... 두가지 역시 철저하게

지켜졌었죠...

 

조이기만 하면 삐뚤어져요.

지난번 글에 너무 공부하는 분위기만 적어서... 전환삼아 한개 더 올려 봅니다.

남편 어린 시절도 비슷해요. 매 논 이야기밖에 없어요. 단, 할때는 철저하게...

그게 어려운거겠죠.

 

으... 엄마는 어려워요. 내가 해야하는거면 하면 될거 같은데... 지켜보고 기다려야해서

힘든거 같아요.

 

다들 힘드시죠?

그래도 힘 내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