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이전 살던 집 앞에 큰 학원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늦은 자정에 그 앞을 지나가는데, 수업을 끝낸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데요.

저희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저 애들은 지금 학원 끝나고 언제 공부하지? 하고.
글세. 할 시간도 체력도 없겠다. 라고 대답해줬습니다.

물론 학원의 힘이 큽니다. 저도 애들 키우면서 돈들인 보람 있다고 느낄 때가 있죠
잘 보낸 학원은 보약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보약은 밥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게 저희 부부 생각이에요.

저희 부부는 말하자면... 옛 공신 출신입니다.
전 공부가 적성에 안맞아서 딱 서울대까지만 갔어요. 재수없죠? ㅎㅎ
못가면 집 나가야하는 분위기였어요.... 이유는 아래 글 보시면 아실지도..
남편도 서울대 나왔어요. 저보다 가방끈도 길고 좀 더 고급입니다.
자랑질 할께요. 그래서 익명 온거에요.

동생은 MIT나왔고, 그 아래 녀석은 하버드 나왔어요. 울 엄마 자녀교육 책 쓰시면 베스트셀러 되실거에요. 아마...

남편은 타고난 공신이라.. 진짜 교과서 파서 서울대 간 괴물이니 패스하고...
전 대치동 출신이에요.
저희 남매들 중 누구도 종합학원 안다녔어요.

학원은 하루에 한번 2시간 정도 꾸준히.. 약한 과목만 선택해서 다녔어요.
공부는 스스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하는 거죠.

근데, 우리 남매중에 누구도 엄마보다 적게 자고 공부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일본어, 컴퓨터. 등등. 부모님은 본인들에게 필요한 자기계발과 공부를 한 순간도 안놓으셨어요.
막내 입시땐 사이버대학도 다니셨습니다. 저희도 못가는 새벽학원도 다니셨어요
저희 가정교사는 온 적 없는데, 엄마 일본어 가정교사는 집으로 왔죠...
그땐 그런가보다. 엄마가 저러시니 난 힘들단 소리도 못하는구나. 그리고 살았는데, 생각할 수록 대단하신거에요.

저희 부부도 아이들을 뒀습니다.
키우면서 울 엄마가 날 어떻게 키우셨었는지를 되세겨요.

아이들 공부시키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거죠.
학원을 보내는게 아니라요. 학원은 방법을 가르쳐주긴 하지만, 소화시켜주지 않습니다.
방법, 노하우 되게 중요사지만, 내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쓸모없어요.

솔선수범... 그만큼 강력한 힘은 없어요.
회사 다녀오셔서 책 읽으세요. 공부하세요. 아이들이 따라합니다.
최소한, 왜 해야하냐고 대들지 않습니다.

학원만 보내놓고 아이가 공부하고 왔겠지. 하고 안심하지 마세요.
공부에 맛을 들이면 밤을 새고 수학질을 해도 재미있습니다.
그 쾌감을 단 한번만이라도 느끼면 소위 말하는 공신이 되는거에요.

근데... 그게 혼자 힘으로는 안됩니다.
학원 힘으로도 어려워요. 혼자 정복해낸 그 성취감, 승리감은...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만 길러집니다. 전 그리 생각해요.

저희 애들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에는 영어만으로 부족하다죠.

기념으로 저희 부부는 중국어 강좌를 질렀습니다.
둘이 교제 틀어놓고 이상한 발음을 하니 애들이 웃기다며 데구르르 웃습니다.
영어가 익숙해졌던 것처럼 중국어도 자연스럽게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이죠.

아이들을 학원에 방치하지 마세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저희는 아직 학원을 보내지 않습니다. 보약을 먹일만큼 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알맞는 학원의 도움을 받을 거에요.

주위 엄마들에게 전 별종입니다.
학원 안보낸다고 하면 이상하게 봐요.
애들 데리고 세상 보러 다니는데 학원비보다 더 듭니다. 솔찍히.,
구구절절히 설명하기도 뭐하지만..
동네 엄마들에게 잘난척 할 수는 없잖아요. 왕따는 싫어요...

익명의 힘을 빌어 올립니다.
다른 분들도 좋은 글 많이 올리시지만.. 한번 그 길을 걸어봤던 경험자로서 좀 안타까워요

공부 힘듭니다. 외로워요. 그냥 스스로 알아서 할 짓은 아니에요.
맛을 아는 저도 혼자는 힘들어서 남편과 힘을 합쳤어요.
아이 혼자 가게 두지 마셨으면... 합니다.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