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안녕하세요^^ 아가들 내신 준비한다고 눈 부릅뜨고 지켜보느라 스홀을 소홀...(ㅋㅋ)히 하게되었네요.

오늘 중간고사 첫학교 시험이 시작되었답니다. 출근길에 걱정반, 설렘반으로 운전대를 잡고 내리는 비에 적잖이 우울해하며 드어설때..

한 아이가 절 반기면서 자랑스럽게 외치더군요... "저 셤 잘봐써염...^^"

당연히 몇점?? 하고 물으니 그녀석은 당당히 "60점 이용... ㅋㅋ "하면서 싱글벙글하더군요.

이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야할지, 아님 성적이 왜 그래..하면서 혼을 내야 할지 잠시 고민중이었답니다.

그러던중 다소 조심스럽게 물어봤죠... "지난번보다 오른겨?"라구요.

그녀석은 헤맑게 웃으며, "아뇨.. 비슷해요."라고 하지 뭡니까...

살짝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제 얼굴을 방글방글 웃으며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답니다. ^^

"저 학교 3년 다니면서 처음으로 서술형 풀어봤어요. 세문제 풀었는데 다 세문제 다 맞았어요. 알고 푼건 첨이거든요...^^"

알고 풀었다...라는 말, 그리고 처음이었다는 말, 그게 그리도 기쁜 일이었는지 그녀석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걸어가더군요.

잘했어...^^ 라는 말을 뒤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제 머리속은 상당히 복잡했답니다.

100점도 1등도 이 아이의 인생에서 목표가 될 이유도 없었을텐데, 남들은 1등이니.... 100점을 위해 밤을 새며 공부하면서도 한, 두개 틀린 것에 분노하는 이세상에.. 왜 이 아이같이 배우고, 알아서 기쁜 그 마음을... 배움의 기쁨과 깨닳음의 기쁨을... 현장에서 가르치는 우리조차 잊고 살아야 했던가....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달래봅니다.

아주 오랜만에 우리 어릴적 아무생각없이 뛰어놀던 그 시절 살아숨쉬던 아이를 만난듯해서 너무나 좋았고 동시에 슬펐답니다.

아이들아... 결과의 숫자에 울고, 웃지 말거라... 그 모습이 1이 아닌 다른 숫자를 의미 없게 만드는 병의 바이러스란다.

아이들아... 작은 것에 기뻐하거라... 하루하루 기뻐하고 하루하루 서로 사랑만해도 시간이 사실 모자라단다.

아이들아... 미안하구나... 너희들의 어깨를 무겁게만들고, 너희들의 얼굴에서 해맑은 미소를 빼앗은 이들이 우리 어른들이라서... 정말 미안하구나...

오늘만큼은 다른 아무생각없이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미안해"와 "사랑해"로 지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