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궁금한 것 중 하나는
과연 선행학습을 시켜야 하는지 또 정말 효과가 있는지 하는 점입니다.
수학 교과에 대한 선행학습은 점차 그 도를 더해
요즘 1∼2년 앞서 배우는 것은 선행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 수준에서 교육과정을 만들고 또 그 교육과정에 기초해 교과서를 집필할 때는
학습자의 인지발달 수준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각 연령대의 학습자는 나름의 고유한 사고 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자신의 연령에
부합되는 내용을 제 학년에 학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면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상적으로만 알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는 막상 제 학년에 그 내용을 접할 때에는
이미 아는 것으로 간주해 대충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실제로 선생님이 구체적인 내용을 그 아이에게 물어보면 답할 수 없지만
나는 이미 공부했으니까 라는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에 어설프게 배우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는 학습을 소홀히 하는 폐해가 나타나게 됩니다.
영국의 수학교육학자 리처드 스켐프는
이해를 ‘관계적 이해’와 ‘도구적 이해’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관계적 이해는 개념이나 원리의 이면에 있는 아이디어까지 이해하는 것을 말하며
도구적 이해는 알고리즘이나 공식에 따라 답을 계산해 내기는 하지만
문제가 변형되면 풀지 못하는 불완전한 수준의 이해를 말하는 것입니다.
선행학습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식의 섣부른 형식화 경향은
학습자를 관계적 이해보다는 도구적 이해에 머무르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초등학생이 중학 수학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학을 비교해 보면
문제에 대한 접근법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문제마다 조건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문제해결 전략을 사용해 ‘산술적’으로 해결합니다.
이에 비해 중학교에서는 방정식을 세우고 정형화된 절차에 따라 푸는
‘대수적’ 경향이 강해집니다
대수적 방법은 일반화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강력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해결력의 신장이나 다양한 사고를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산술적 사고를 충분히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술적 사고의 경우 후에 수리 논술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고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전쟁에 비유하면 산술적 방법은 칼만 가지고 싸우는 것에,
방정식을 동원하는 대수적 방법은
칼뿐 아니라 총까지 소지하고 싸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싸움에서는 총까지 동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러운 학습 속도를 따라 가도 중학생이 되면
대수적 방법, 즉 총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때는 누가 더 유리할까요?? 아마 칼이라는 원시적인 무기로 버티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한 경우가 유리하게 됩니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일찍이 강력한 총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잠시 우위에 서는 것 같지만 나중에 남들도
동일한 무기를 갖게 되면 별 소용이 없어집니다
물론 선행학습을 충분히 소화해 내고 또 그런 지적 도전을 즐기는 학습자도 있을 것입니다.
상위 학년의 내용을 일찍 가르치면 다소간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쪽으로 마음이 끌리기 쉽습니다
다른 집 아이가 선행학습을 해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 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부모님은 거의 없겠죠??
하지만 과도한 선행학습은 대부분의 학습자에게 무리한 일입니다
따라서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제 나이에 적합한 내용을 충실히 배우는
‘적기 교육’이 해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날 학습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예습은 권장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적기교육을 위한 예습은 좋지만
한 없이 앞서나가는 선행학습은 좋지 않습니다.
선행학습으로 인해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학모님들이 있다면
이번 글을 통해서 선행학습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풀어 보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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