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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이라는 아이가 있다. 영어만은 꼭 잘하게 만들고 싶은 아버지의 욕심으로 이 학원, 저 학원 많이 다녔다고 했다. 수십만원짜리 특강도 들었는데 중학교 들어가서 첫 영어 시험에서 70점을 받아왔다고 했다. 연진이에게 최근에 다녔던 영어 학원에서 어떤 공부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영재반에서 CNN 뉴스를 듣고 받아 썼단다.

테스트를 해 보니 아이는 기초적인 것도 전혀 몰랐다. 믿기 힘들지만 I book과 My book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나의 책’을‘I book’ 이라고 말하고,My book도 ‘나의 책이다.’로 해석했다 ‘나의 책’을 영어로 해보라고 하면 ~ book’이라고 반복해서 대답했다. 어떻게 이런 아이에게 CNN 뉴스 받아쓰기를 시켰는지 어이가 없었다.

나는 연진이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아이가 그 동안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지금 연진이는 I book과 My book을 구분하지 못하고 문장 구조를 전혀 모릅니다. 아무리 중학생이라도 알파벳을 모르면 그것부터 가르쳐야 됩니다 ..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더니 “영어학원을 얼마나 오래 다녔는데 그 지경입니까?"라면서 ”할 수 없지요. 모르는 것부터 가르쳐주세요.. 라 고 말씀하셨다. 그나마 아버지가 기초부터 다시 하는 상황을 받아 들이는 게 다행이었다. ‘

연진이가 I book, My book을 구분하고 말을 하는 데는 무려 3개월이 걸렸다. 다른 아이들보다 습득력이 떨어져서 혼자 수업을 받는 상황이였다. 그러고 나더니 조금씩 수업 내용을 따라왔다. 3개월이 지나면서는 학교에서는 ‘영어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수준이 되었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2개월이 지난 2학년 중간고사에서는 반에서 1등도 해냈다.

연진이는 또래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더디다. 아마 그 동안 다녔던 많은 학원에서 ‘못한다’ , ‘둔하다’ , ‘느리다’ ,‘머리 나쁘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연진이가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확률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여전히 ‘느리게 배우는 아이’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연진이는 다른 아이들이 1달 동안 배울 것을 6달에 걸쳐 배우는 아이다. 느린 건 확실하지만 그 5개월의 시간이 과연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것일까? 모르는 것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갔을 때 연진이는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1등도 해냈다. 이렇게만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연진이도 영어 잘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영어로 자유자재로 말하고 아름다운 글을 쓸 것 이다. 그저 조금 시간이 더 걸릴 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