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글을 쓰려면 착해져야 하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러서 원고지를 마주하기 싫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작가의 말처럼 블로그에 sns에... 하루에도 몇 번씩 수많은 문자를 찍어대면서도 정작 일기라든가 여행기처럼 개인적으로 뭔가 기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간 글은 늘~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 순간 쓰고자했던 내용이 뇌리에서 사라지고 끝나곤 했다.

'작문 시간에는 언제나 "생각나는 대로 쓰세요" "느끼는 대로 쓰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중략---아이들이 의지하는 기준은 단 하나, '선생님의 눈'이다. 즉 '무엇을 쓰면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수 있을까?'라고 선생님의 시각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는 모범적인 작문이 재미없는 제일 큰 이유이다. ---중략--문장을 쓰는 법을 지도해야 할 작문 수업이 어느새 마음가짐 지도 시간으로 바뀌었다.도덕적인 가치관을 강요 당하는 수업이 되었다. 그렇다. 작문도 독서감상문도 '글쓰기 지도'가 아닌, 형태만 바꾼 '생활 지도'가 된 것이다.

저자가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어디서나 들어봤을 법한 지침도 들어있다. 그런데 정말 자세한 예를 수도 없이 든다. 본인이 주장하는 대로, 알려주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번역해서 보여준다. 정말 그대로 따라하면 나도 내 머릿속은 갖가지 상상들을 끄집어내서 해리포터를 한 권 써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내 한계는 그것이 한 장면을 써낼 수 있는 수준도 안되는 지점에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문장의 리듬'은 정말 수도 없이 들어본 말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뭘까? 느낌은 있지만 실체는 없는 그 '리듬'을 해부해서 보여주는 신기한 기술에 감탄하고 넘어가면, 세부 묘사가 어떻게 현실성을 부여해주는지를 실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실용서에 가까운데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한 호흡에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명 문장가가 될리도 없고, 안쓰던 일기를 쓰게 되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깨닫지 못했던 반감의 원인을 안 것만으로도 엄청난 소득을 얻은 기분이다. 원인을 알면 약도 찾을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