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살아가는 힘 (Survival Lessons)

앨리스 호프먼 지음

 

얼마 전 나는 사랑하는 친구를 갑작스럽게 하늘나라에 보냈다.

한동안 충격과 상실감, 무기력함과 꽁꽁 뭉쳐서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는 슬픔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절대 그럴리가 없다는 부정도 해보고 왜 이렇게 갑자기 가버렸냐고 분노도 했다. 그 동안 힘들었을 텐데 이젠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않는가 타협도 했다. 더 자주 만나고 더 사랑한다 말하고 더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아쉬움에 우울해지기도 하고 결국 친구는 가고 없지만 그 분신들인 자녀들을 곁에서 잘 지켜보겠노라 친구의 죽음을 수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고 있을 즈음에 이 책을 소개 받았다. ‘살아가는 힘’이라… 원제를 직역 하자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는 책 제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의미 없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까?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접했지만 감정의 수용의 단계까지 다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이 책은 사실 나와 같은 주변인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는 주인공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1인칭으로 서술된 내용은 비극의 당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처음에는 좀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의 비극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나도 그 예외일 수 없겠다는 관점에서 보니 133 페이지의 얇고 작은 사이즈의 이 책은 나에게 상실감에 시달리는 시기를 어떻게 해야 잘 지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가르쳐 줬다.

 

어느 순간에든 삶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말 것.

함께 슬픔을 마주보는 용기를 가질 것.

사랑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전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가끔은 그냥 울어볼 것.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

내 슬픔에만 묶여있지 말고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것.

꼭 하고 싶지만 실패할까 두려워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해볼 것. 잘 안 되도 괜찮음.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충분히 이야기 할 것.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용서 할 수 있을 때 용서할 것. 나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무엇인가를 공유할 것.

곁에서 나를 지키는 충실한 그들에게 감사를 표현할 것.

흔적을 남길 것.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한 작별의 시간을 가지고 감사한 마음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앨리스가 소근소근 알려준 여러 팁을 하나 둘 활용해 볼 참이다.

이런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준 스터디홀릭에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