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국사에 대한 내용을 고등학교 이후에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간혹 집에서 사극을 할 때 잠시 보는 것 빼고는 일상 생활에서 전혀 접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국사라고 하면 지긋지긋한 암기 과목이라는 기억 밖에 없어서인지 오히려 멀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에 그래도 성인이라고 하면 그래도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 책을 읽어 보게 됐다.
우선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드는 생각은 국사라는 어떻게 보면 지루하고 딱딱한 주제를 각 임금별로 하나의 이야기로 정말 잘 서술을 해줬다는 것이다. 몇 백년의 기간을 가진 조선 시대를 각 임금 재위기간 별로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이 책을 서술했다는 점이 아주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국사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효종 시대의 북벌에 관한 이야기, 장희빈에게 억지로 사약을 먹였다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점, 안용복에 대해 공은 인정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유배를 보낸 이야기 등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배운 국사책은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에서 느낀 또 다른 점은 정치의 어려움이다. 내실과 외실을 동시에 다져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왕이 교체될 때 마다 느낄 수 있었다. 한 쪽에만 무게를 두고 나라를 이끌었을 때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잘 배울 수 있었다. 안으로는 왕권유지 및 민생 안정, 밖으로는 국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확히 꿰뚫고 그에 맞게 처신을 잘해야 나라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또 우리 나라가 왜 이렇게 혈연, 지연, 학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더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이런 폐해가 있다고 하지만 조선 시대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굳이 아쉬운 점이자 장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방대한 양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압축하다보니 어떻게 보면 각 임금별 재위 기간 동안의 줄거리만 써놓은 점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여기서 멈출 수도 있고 궁금한 점은 더 찾아보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더 깊은 역사를 알기 위한 에피타이저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앎의 욕구를 충분히 자극했다는 것이다.
책 제목이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이다. 이 책의 내용만 알아도 사실 조선 시대 중기 이후의 정보

는 왠만한 사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확신한다. 책 중간중간에 저자의 판단인지 아니면 역사학자들의 의견인지 모르는 어떤 사건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다른 문헌을 통해서 더 알아보고 한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시대의 역사는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