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 대입에서 정시가 확대되기 어려운 이유를 계속 써봅니다. 1부가 정부 차원의 이유였다면, 2부는 대학 차원의 이유입니다.

- 연관글 : 대입 정시모집이 확대되기 어려운 이유 (1) - 정부 차원

먼저 2019학년도 대입 수시/정시 모집비율을 보면 약 8:2로 수시모집 비율이 정시모집의 약 4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지요. 그런데 대학에서 수시모집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정시모집을 늘리면 선발과정도 간단하고 뒷말도 적어서 대학도 학생 선발이 훨씬 편해질 텐데요. 그런데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1.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빼앗기지 않고 싶다.

- 수시모집은 9월에 원서접수를 받고, 정시모집은 12월에 원서접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지요. 그렇다 보니 수시 비율을 낮추고 정시 비율을 높일 경우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선점당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사활을 걸고 우수인력을 충원하려는 것처럼 대학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시까지 가버리면 이미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빠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대학들은 우수학생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수시모집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2. 수시모집은 돈이 된다.

- 수시모집은 최대 6회까지 지원가능한데다가 정성평가로 이뤄지다 보니 커트라인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아서 학생, 학부모들에게 꿈과 희망을 팔 수 있지요. 그래서 깜깜이 전형이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어쨋든 많은 학생들의 지원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성적으로만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과 적성, 열정까지 봐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수많은 학생들을 끌어모은다고 할까요. 그래서 속된 말로 수시모집에서는 ‘원서 팔아 건물 세운다’는 말이 가능합니다. 2018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을 보면 인서울 15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무려 18.5 대 1나 되거든요. 31,428명 모집에 연인원으로 581,539명이 지원했지요. 연인원으로 따졌을 때 수능 지원자수와 거의 맞먹는 인원이 서울 주요 15개 대학에 지원한 것입니다. 대학별로 적게는 1만7천명, 많게는 7만2천명까지 지원했으니 대학별로 수십억원 씩의 전형료 수입이 발생한 것이지요. 수시모집 원서비가 싸면 3~4만원, 비싸면 10만원이 넘으니까요.

그 반면에 정시모집은 수능시험 이후인 12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합니다. ‘정시모집은 수능이 모든 것이다’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능의 영향력이 크고, 평가도 정량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확한 커트라인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다가 가,나,다군으로 나눠져서 각 군별로 1개 학교만 지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정시모집은 총 3회까지만 지원가능합니다. 그런데 유사한 수준의 대학들이 같은 군에 많이 묶여있기 때문에 사실 대학선택권이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연세대와 고려대는 같은 나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연세대와 고려대를 중복지원할 수 없지요. 수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요. 게다가 다군에는 중앙대 이외에 눈길을 끌만한 상위권 대학이 없다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 중에는 가군에서 서울대를, 나군에서 연고대 중 한 곳을 지원한 후 다군은 아예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시모집은 커트라인이 명확히 정해지고 대학별 커트라인은 매년 유사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 전에 합불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지요. 그래서 정시모집에서는 무모한 지원을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지요. 그래서 정시 경쟁률은 수시 경쟁률의 1/3~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속된 말로 돈이 안 되는 장사인 것이지요.

우리 스홀 가족들이 대학 총장이라면 어느 전형에 집중하시겠나요? 수험생 입장이 아니라 선발자 입장에서 보면 대입전형이 왜 이렇게 한 쪽으로 치우쳐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대학은 교육기관이니까 이러면 안 되지 않냐고요? 안타깝지만 인서울 주요 15개 대학 중 서울대와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사립대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육적인 면도 고려해야겠지만 대학의 이익도 포기할 수 없겠지요.

즉, 정시를 수시보다 먼저 진행하지 않는 한 정시비율 45% 이상으로 확대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수시와 정시를 하나로 합쳐서 동일한 시기에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정량평가인 수능 위주 전형보다 정성평가인 학생부 위주 전형에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 가능성이 높고요.

따라서 앞으로 정시모집비율이 다소 증가하겠지만 대입정책이 근본부터 뒤집히거나 정부에서 초강수를 두지 않는 한 수능 위주 전형의 선발비율이 45% 이상으로 상승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시와 정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만 과도하게 치우쳐서는 안 될 텐데요. T_T

이에 따라 앞으로도 내신 관리 및 학생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겠네요. 수험생에게 신 중의 신은 내신이니까요.  ^^;;;

추신. 내신은 학교별 시험이다 보니 공정성 논란이 계속 끊이지 않고 있네요. 만약 대입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계속 높게 가져가야한다면 내신도 수능처럼 한 날 한 시에 같은 시험지로 시험봐야 되지 않을까요? 등급은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전국등수 상대평가로 적용하고요. 그러면 내신의 공정성 논란도 사라지고, 내신 때문에 억지로 안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상황도 사라질 텐데요. 하지만 이럴 경우 학교별 학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교원단체에서 찬성하기가 매우 어렵겠지요. 전국단위 공통시험은 누가 열심히 공부했느냐를 평가하는 시험이기도 하지만 누가 제대로 가르쳤냐를 평가하는 시험이기도 하니까요. 고등학생들은 어차피 모의고사를 치르니까 내신과 모의고사를 따로 치를 필요없이 모의고사 등급을 내신으로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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