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대학입시 칼럼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대표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전국 의대 다 채우고 서울대 공대 채우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어요. 이과 최상위권의 의치한 선호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의치한 인기가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IMF를 겪으며 의치한 선호도가 폭등했어요. 게다가 이과는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라는 서울대의 대항마도 있어요. 그래서 이과 최상위권은 서울대로 쏠리지 않아요.

 

그 반면에 문과는 최상위권이 서울대로 쏠려요. 이과의 의치한처럼 서울대보다 인기있는 학과도 없고,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처럼 서울대랑 맞붙을 수 있는 대학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문과 최고 인기학과는 경영/경제학과인데 이 학과들이 선발인원도 많아요. 대학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인문계열 학과가 경영/경제학과지요. 예전에는 법대 인기가 높았는데 로스쿨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영/경제 인기가 더 높아졌어요.

 

이걸 좋게 보면 문과는 최고 인기학과가 신입생을 많이 뽑아서 대학가기 수월하겠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실제로 원서를 접수하려면 복병이 있어요. 인서울 대학이 가장 많이 뽑는 전형이 학생부 종합전형인데 학종은 출신 학교의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지요. 학생이 아무리 뛰어나도 학교가 학생부에 담아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는 학생부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거에요. 같은 선생님에게 수업 듣고, 같은  비교과 활동을 하니까요. 그래서 같은 고등학교에서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학종으로 지원하는 학생이 여러 명 있으면 팀킬이 나기도 해요. 비슷한 내용의 학생부가 여럿 제출되면 두드러져 보이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가르마 타기’라고 해서 서로 다른 학과에 지원시켜요. 전교 1등이 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하겠다고 하면 전교 2등은 다른 학과에 지원시키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우리애보다 공부 잘하는 애가 특정 학과를 먼저 선점하면 우리애는 지원 학과나 대학을 바꿔야할 수 있어요.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지만 우리 애보다 내신이 좋은 아이가 있으면 우리애는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자칫하면 식상해보여서 둘 다 떨어질 수도 있고요. 학생부 내용이 비슷하면 대학에서 학생부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 원서상담을 받으면 다른 학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선생님이 가르마 타기 하는 거죠. 전교등수 더 높은 아이가 그 학과를 쓰겠다고 하니 팀킬 나지 않게 네가 비켜가는 게 좋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요. 솔직히 말하면 다른 학생에게 특혜 준다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서요. 그래서 사설 컨설팅업체에서는 합격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학과를 바꾸도록 유도한다면 가르마 타기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가르마 타기가 비학군지역 일반고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주요 대학의 같은 학과에 학종으로 함께 지원할 학생이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대치동, 목동, 중계동, 분당 같은 학군지역이나 특목고/자사고(이하 특/자)에서는 이게 큰 문제가 돼요. 학군지역이나 특/자에서는 재수를 할지언정 일정 수준 이하의 대학이나 비인기 학과에는 지원하지 않으려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지망 대학과 학과가 겹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학군지역 일반고나 특/자에서는 원서지도할 때 애를 먹어요. 팀킬 나지 않도록 학생들을 뿔뿔히 흩어놔야 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으니까요. 학종은 내신이 다소 낮아도 학생부나 면접 등으로 뒤집을 수 있는데 우리애보다 내신 좋은 애가 지원한다고 우리애보고 다른 곳에 가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요.

 

그래도 선생님이 계속 설득해서 결국 대다수의 학생들을 가르마 타기 해놔요. 가르마 타기에 실패하면 다른 반 학생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다른 반 담임한테도 욕을 먹게 되니까요.

 

학군지역 일반고나 특/자, 또는 비학군지역 일반고여도 대입실적이 좋은 학교들의 합격 학과가 다양한 이유가 바로 가르마 타기 때문인 거에요.

 

그런데 이때 내부정치가 발휘되기도 해요. 뒤늦게 알고 보니 우리 애보다 등수 낮은 애가 그 학과에 지원했더라는 경우가 있거든요. 학종 지원 시 부모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의외의 순간이에요. 부모님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거나 학부모운영위원회 회장 등인 경우 학교에서 편의(?)를 봐주기도 하거든요. 엄마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지원학과를 선점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부모가 학부모운영위원회 활동도 하고, 엄마들 모임에도 참석해서 우호세력을 만들어둬야 해요. 그래야 입시정보도 빨리 구할 수 있고, 학생부 기록이나 학과 선택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지요.

 

수능이 학생을 줄 세우는 전형이라면 학종은 학부모를 줄 세우는 전형입니다. 학생父 종합전형인 거죠. 수능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아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지만, 학생부는 부모가 만들어 줄 여지가 많으니까요. 물론 학종도 학생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요.

 

따라서 아이가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시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도의적으로는 옳지 않아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애만 바보될 수 있는 게 학종이에요. 학종은 학생父 종합전형이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추신 1. 학교에서 가르마 타기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학교도 실적을 내야 하니까요. 솔직히 가르마 타기까지 하는 학교는 입시 마인드가 상당히 뛰어난 학교죠. 아무 생각없는 학교도 많거든요.

 

추신 2. 학교에서 하는 상담은 합격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지방 공립 일반고일수록 그런 경향이 크지요. 선생님이 추천했다가 불합격하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서 안전지원을 유도하는 거에요. 지방 공립 일반고의 대학진학률은 높지만 명문대 실적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지요.

 

개인적으로 학종은 이상적이지만 비도덕적인 전형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소설기록부나 자소설을 유도하는 전형이 도덕적인 전형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높은 분조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변명할 정도니까요.

 

아이들이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아도 되고, 부모가 스펙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하지 않도록 정시가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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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터디홀릭은 강명규 쌤이 운영하는 교육 공유 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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