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공부 잘하는 학교는 대학에서 다르게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세요. 특목고나 자사고 지망생은 물론이고 대치동, 목동, 중계동, 분당, 평촌, 일산, 대구 수성구 등 학군지역이나 동탄 같은 비평준화 지역 분들이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시지요.
그렇다면 공부 잘하는 학교는 대학에서 얼마나 우대해줄까요? 진짜 고교등급제가 있을까요?
캉쌤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런 건 없어요. 그렇게 했다가는 곧바로 교육부한테 두들겨 맞거든요. 고교등급제는 본고사, 기여입학제와 함께 교육부가 엄격히 금지하는 3불 정책 중 하나라서요. 그래서 어겼다가는 보조금은 기본이고 정원까지 감축당할 수 있어요. 가재는 게 편이니까 교육부도 대학 편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교육부와 대학은 가재와 게가 아니라 시어머니와 며느리에요.
그래서 학생부 교과 전형은 학교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해요. 내신을 숫자 그대로 반영하지요. 민사고 2등급과 산골짜기 1등급이 지원하면 산골짜기 1등급이 압승해요.
내신을 정성평가 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도 큰 차이는 없어요. 학종도 기본적으로 학생부 전형이거든요. 학종에서는 내신을 뒤집고 합격하는 애들도 있는데 그 애들은 학생부를 정말 충실히 준비한 특목고/자사고 애들이에요. 그것도 상위권 특목고/자사고 아이들이지요. 지방 외고나 광역 자사고에서는 어려워요. 서울 강북지역 광역 자사고도 내신 2등급 초반을 넘어가면 중앙대 경영학과 학종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물론, 강북 광역 자사고에서도 2등급 초반으로 고려대에 합격하는 아이가있어요. 그런데 그 애가 대박을 낸 거지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아이는 평균 내신이 낮을 뿐 지망학과와 관련된 과목은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수상실적까지 빵빵해요. 학생부 문구도 알차게 쓰여있고요.
( Z값을 활용해 내신성적을 보정 하는 대학도 있어요. 하지만 그 폭이 제한적이어서 특목고/자사고도 내신 3,4등급이 일반고 1등급과 같은 대우는 받지 못해요. 잘해야 영 점 몇 등급 정도 보정되는 거죠. )
그래서 공부 잘하는 학교라고 다르게 봐줄 거(고교등급제)라는 기대는 위험해요. 특히, 지방 일반고에서는 더욱더 안 돼요. 우리 학교가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아냐고 하시는데 대학은 그런 거 몰라요. 관심도 없고요. 특목고, 자사고, 비평준화 일반고, 강남 명문고 등 잘 나가는 학교가 전국에 100곳이 넘으니 동네에서 잘하는 학교까지 눈길이 안 가요.
강남 일반고에는 내신은 2등급인데 수능은 1등급 받는 학생이 적지 않아요. 영어는 정말 많고요. 그 반면에 지방에는 전교 1등조차 2등급 3개를 못 받는 일반고가 많아요. 아무리 지방 일반고라고 해도 설마 전교 1등이 상위 11%까지 받는 수능 2등급을 3과목도 못 받겠냐고요? 안타깝지만 그게 사실이에요. 전교 1등이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의 약 40%가 수능 2등급 3개를 못 받아서 떨어지거든요. 전교 1등이 전국 11% 안에도 못 드는 학교가 40%나 된다는 거예요. 학력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하지요.
그래서 학력만 놓고 보면 공부 잘하는 학교 아이들을 우대해줘야 해요. 하지만, 3불 정책 때문에 공부 잘하는 학교 아이들이 역차별받고 있어요. 현 대입제도는 철저히 지방 일반고에 유리하게 짜여 있어요. 특목고, 자사고, 강남 일반고가 우수한 실적을 내는 이유는 대입제도 덕분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으로 역차별조차 뒤집어내기 때문이에요. 고교등급제의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고교등급제라는 허상까지 만들 만큼 피나게 노력하는 거죠. 그 아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는지 대치동 학원가에 딱 한 번만 와보셔도 고교등급제 타령을 못 하실 거예요.
따라서 고등학교를 고를 때는 일단 내신부터 고려해보세요. 앞으로 정시가 확대돼도 여전히 수시 비중이 훨씬 커요. 그래서 학교가 최고가 아니라 내가 그 안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학교를 골라야 해요. 좋은 학교에 가서 내신이 안 좋으면 남들 대학 잘 가라고 바닥 깔아주는 것 밖에 안 돼요. 그걸 내신 카페트라고 불러요. 친구야, 고맙다. 3년간 너를 즈려밟고 지나가 줄게.
하지만 내신 관리 쉬운 학교는 그만큼 학업 분위기가 안 좋아서 분위기 타는 애들은 독이 될 수 있어요. 내신 잘 받겠다고 탈대치 했다가 피눈물 흘린 분도 많어요. 대치동 엄마들이 내신 중요한 걸 알면서도 쉽게 탈대치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에요. 분위기 차이가 너무 커서요. 학군이라고 하면 학교나 학원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학군은 아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의미해요. 학원과 같은 건물에 모텔이나 술집이 있는 지역도 있고, 학원 인근에 사창가가 있는 지역도 있잖아요. T_T
수능은 자신있지만 내신 관리가 안 되는 애들은 수능 최저학력을 적용하는 대학을 노려보세요. 수능 최저학력을 적용하는 대학은 실질경쟁률이 명목경쟁률의 절반 이하로 내려가요. 심한 경우 수능 최저학력만 충족시켜도 합격해요. 심지어 의대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해요. 아니 도대체 저 내신으로 어떻게 합격했지? 특목고, 자사고라 혜택받은 건가 싶지만 알고 보면 다른 애들이 수능 최저를 못 맞춰서 특목고, 자사고 애가 더 낮은 내신으로 합격한 거예요. 어쩌다 한 건 발생한 특이사례 아니냐고요? 그러면 캉쌤이 이야기하지도 않아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해요. 대표적인 예로 부산 동아대는 2019학년도 지역인재전형 학생부 교과 전형 선발인원이 20명이었는데 이 중 70%인 14명이 정시로 이월됐어요. 충북대 의대도 학생부 교과 전형 선발인원 6명 중 83%인 5명이 정시로 이월됐고요. 의대 보내고 싶은 분은 어떤 고등학교에 보내야 할지 감이 잡히시죠?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니라 지방 일반고에요. 오히려 지방 일반고가 의대 입시에서 고교등급제(?) 혜택을 받고 있는 거죠.
대입은 실력의 싸움인 한 편, 전략의 싸움이에요. 그래서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흔히 컨설팅이라고 하면 고3 때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진짜 컨설팅은 초중 컨설팅이에요. 이때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중고등학교 선택부터 학습전략까지 세우는 게 컨설팅비 효과를 제대로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에요.
따라서 막연한 기대나 자의적 해석이 아닌 객관적 시선으로 입시전략을 세워보세요. 그러면 고등학교를 어디로 가야 할지, 대입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감 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 대학은 학교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실력을 차별할 뿐이니까요. 참고로 대학은 특목고나 자사고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저 공부 잘하는 애를 좋아할 뿐이지요. 그런데 공부 잘하는 애가 특목고, 자사고에 많아서 뽑아놓고 보니 또 특목고, 자사고더라는 게 되는 것 뿐이에요. 이게 와전돼서 고교등급제라는 말이 생긴 거죠.
※ 강명규쌤의 3줄 요약
1. 학생부 전형 최고의 스펙은 성적이다.
2. 고교등급제는 허상이다.
3. 공부는 열심히, 입시는 전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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