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특목고 합격수기

 실은 합격수기.. 이런걸 적을 만큼 제가 뛰어나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맞는지 굉장히 부끄럽네요.. 래도 언제 이런걸 써볼 수 있을까 하여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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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먼 거리에 있는 지역에 살고 있어, 실은 현대청운고의 존재조차 모르던 3학년 1학기를 보냈습니다. 지금 한창 뉴스에서 폐지 문제로 골치아픈 광역단위 자사고만을 생각하고 있었죠. 미달이 엄청 많이 나는 꼴에 이러한 멋진 전기고를 한번 쓰지 않으면 후회를 할까 외고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저질러 2등급을 받게되었고 그렇게 외고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추천을 받은 곳이 바로 전국단위 자사고였고, 현대청운고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외대부고, 민사고, 상산고, 북일고 등 많은 훌륭한 자사고도 많이 존재하지만, 외대부고와 민사고 그리고 하나고는 제게는 너무 높은 학교라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고, 상산고와 북일고는 문과인 제게는 약간 힘들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게 현대청운고를 선택한 것이 바로 2014년 6월 이였습니다.

 

 

저는 굉장히 겁이 많은 사람이였나 봅니다. 1학년 1학기 때부터 3학년 1학기 까지 모두 a등급을 받고도 청운고는 무리다.. 내가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일고를 진학할까 매우 많은 고민을 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진정으로 가고싶은 학교는 현대청운고임을 알고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합격생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꾸준히 청운고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도 아닙니다. 사실 특사모 카페를 접한것도 2014년 06월 02일 이였으니까요. 대책없이 그저 시키는대로 목표없이 공부만 해왔고, 늦게 고입에 대한 고민을 맞이하면서 굉장히 촉박하게 입시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서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교사추천서는 어느 선생님께 받아야 하며 원서접수는 울산에 직접가서 해야하는 건가? 이런 기초상식도 몰랐습니다. 사실 입시준비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카페에 많은 학생분들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관심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내가 이렇게 지원해도 되는 걸까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지원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전학기 전과목 올 a 라고 해서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학교 시험은 쉬운편에 속하기 때문이죠. 사실 제 전교 등수도 최고가 전교 3등이며 입시준비를 하는 요즈음에는 10등대까지 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영어공부는 그저 일반 문법책과 단어책을 공부했지 teps 공부를 해서 teps 모의고사나 시험도 친 적이 없습니다. 수학선행도 수1 이제 거의 다끝나가며 과학선행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걱정이 되는것이 가서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의 제 노력에 달린 것이겠지요. 그러면 생활기록부가 충실한 것이라 예상하시는 분이 있을테죠.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상실적은 2페이지에 가깝지만 모두 삭제되었지요. 결국 고입용 생활기록부는 한 7~9장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별로 충실하게 관리한 것도 아니고, 독서기록도 1학년 3권 2학년 0권 3학년 7권 으로 총 10권이였습니다.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도 참 궁금합니다. 면접관님께 여쭤보고 싶을 정도이네요. 물론 남자가 경쟁률이 낮고 커트라인도 여자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라서 이겠지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자소서는 한달동안 썼습니다. 뭐.. 이정도면 만족스럽다! 이럴 때 냈습니다. 저는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자소서를 혼자써서 선생님께 수정받는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1학년 담임선생님, 3학년(현) 담임선생님, 국어 선생님 총 3분께 수정을 부탁드렸네요. 아침, 점심, 방과후 시간 모두 일주일동안 수정받아 한 20~30번은 수정받은 것 같아요. 그만큼 별볼일 없는 스펙인 만큼 열심히 심혈을 기울였지요.

 

예상한대로 1차전형은 통과했습니다. 동점자는 모두 통과시켰다고 하네요. 경쟁률이 3.5:1 정도였나요? 너무 겁났습니다. 제가 2명 이상을 이겨야 한다니요. 그때 사실 맘 놓고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께 조언을 듣고 힘내서 다시 도전했습니다. 올a라 1차전형 통과를 확신했지만, 또한 통과자 모두 올 a 였기에 면접은 제게 너무 부담이 컸습니다. 기말고사와 면접이 거의 비슷 (3일 간격)했기에 시원하게 기말고사를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뭐 면접 준비도 학원을 간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께서는 면접 학원에 가보는 건 어떠겠느냐 하셨지만 저는 저 혼자 준비하겠다고 했죠. 뭐 준비라 하는 것도 정주영 전 회장님의 자서전 2권 이땅에 태어나서 와 시련이 있어도 실패는 없다 였나요? 이 두권을 읽는 것이였습니다. 아! 또 제 자소서를 보고 면접질문 50개 가량 뽑았던 것 같네요! 그렇게 면접일은 다가왔고 저는 장염에 걸리고 참 말도 아니였네요.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너무 불안해 했던 것 같습니다.

 

11월 9일 오전. 저의 인생이 자사고를 향할까요? 인문계를 향할까요? 를 결정짓는 날이였습니다. 아빠차를 타고 푹 자면서 울산에 도착했네요. 오전 b반으로 입실을 선배님들의 안내를 받아 입실하고, 순번추첨을 했습니다. b반은 54명 이였던 것 같은데, 저는 그 중 47번을 뽑았습니다. 8시에 입실해서 11시 45분에 면접장에 들어갔네요. 3시간 반 정도였지만 시간 참 빨리갑니다. 제 진로와 관련된 책을 읽으니 지나가 있었네요. 면접장에서 자유롭게 화장실도 가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주셔서 마시러 가고 했지만 다들 긴장한지라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면접 후기를 들려드릴께요. 뭐 자세하게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다음 번호 준비하세요 라는 말을 듣고 대기실을 나가면 선배님께서 저를 반겨주십니다. 그리고 가방도 들어주시고 가면서 긴장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해주십니다. 그리고 이제 정독실에 입실합니다. 거기는 독서실 책상이 가득했는데 20분 타이머와 문제지를 받고 답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헛웃음이 나올만큼 문제를 보니 어색하면서도 허탈했고 면접의 중요성을 알게된 순간이였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면접은 공통3-공통2-공통1-자기주도학습&진학계획-인성 순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공통 3번 문제는 대청마루의 사진과 배치도를 보고 전통한옥이 여름철에 시원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철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문제였습니다. 사실 이 문제를 보고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저는 ㄷ자 구조와 대청마루 그리고 한옥의 천연재질을 이용하여 답변하였습니다. 공통 2번 문제는 정주영 전 회장님에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제가 읽은 2권의 자서전의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님의 사례를 읽고 이를 통해 배울점과 자신도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으면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통1번 문제가 이문제였나요? 사실 몇번이 몇번 문제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있던 것은 기억이 나네요. 지문 (가)와 (나)를 주고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지문 (가)는 집단따돌림에 관한 지문이였고요, 지문 (나)는 개인윤리와 사회윤리가 결합된 도덕에 관한 지문이였습니다. 이 지문(나)를 이용하여 지문(가)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문제였습니다. 개별질문은 대체로 쉬웠습니다. 3개의 문제가 주어졌는데 2개는 제가 예상한 문제였습니다. 저는 합격후 글애돝동아리에서 활동하고싶다고 하였는데, 글애돝의 뜻은 무엇이며, 제 꿈인 방송프로듀서가 되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또 제가 생각하는 봉사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물어봤습니다. 아! 추가질문으로 존경하는 pd가 누구였는지 물어봤네요. 저는 pd저널리즘을 만들고 pd수첩의 김학영pd를 존경하며 무보수성을 강조하여 대답하였습니다.

 

웃으면서 절 봐주시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너무 무서운 표정을 짓는 면접관님도 있었네요. 참 떨리고 허탈했던 면접이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전혀 감을 못잡겠더라고요. 뭐 그렇게 선배님의 뒤를 따라 대기실에 도착했고, 마지막 번호의 면접이 끝난 후 저는 귀가를 했습니다. 면접에 대해서는 문제가 뭐였는지만 말했지 잘했다 못했다에 대하여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대답도 못하겠네요.(지금도) 그만큼 참신하고 신기하고 당황스러웠던 제 첫 고등학교 면접이였습니다.

 

11월 18일 어제였나요? 바로 발표일이였습니다. 10시 30분에 학교에 합격자 공문이 도착한다고 하던데 저희 선생님들께서 모르는 척을 하셨던 건지 안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교무실에서 12시에 확인한 결과 합격을 확인했고, 교무실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제 이름을 보면 지금도 뿌듯하네요. 저희학교는 한국과학영재학교 1명,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1명, 상산고등학교 1명 등등.. 합격했습니다. 아! 현대청운고등학교 1명이네요. 학교 역사상 최초 도전이라 최초 합격이라 정말 선생님들께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22일이면 예비소집(반편성고사) 네요. 카페에서 만나고 싶은 분들도 많았지만 못만나서 아쉬운 분들도 많고 합격생이 되어 만날 수 있는 분들도 많이 있네요. 앞으로의 3년이 매우 기대됩니다. 흥분되는 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물론 합격한 지금 이 상황에는 걱정이 앞서지만 말이에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저처럼 현대청운고에 가고 싶던 분들이시나요? 전 그래요. 정말 간절히 원했고, 노력해서 성공했네요. 감사말씀 드리고 싶은 분들도 너무 많고 위로하고 싶은 친구들도 너무 많고 축하하고 싶은 친구들도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이제 당당히 저는 청운인재전형을 통해 청운고에 입학하게될 청운인이 되었네요. 선배님들 너무 만나뵙고 싶고 재밌는 학교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 합격에 도움을 주시고 응원을 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